빛으로 질병 유발 mRNA만 '싹둑'···유전자가위 치료 새 길 '거위아빠'

by강민구 기자
2024.02.14 18:43:50

[인터뷰]허원도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DNA 아닌 RNA 표적···돌연변이 등 우려 없어
청색빛으로 특정 세포·세포 내 단백질 활성화
"10년 내 유전자가위로 암·희귀질환 치료 시대 올 것"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이번에 개발한 리보핵산(RNA) 유전자가위요? 주방가위의 양쪽을 떼어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의 허원도 교수는 지난 13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RNA 유전자가위에 대해 설명했다. 광유전학 전문가인 허 교수는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다. 호기심이 많아 고등학생 때까지 꿩과 거위를 키웠고, 교수 부임 이후에도 KAIST에 있는 거위를 돌봐 학교에서 ‘거위 아빠’로 통한다. 그는 남들이 하지 않은 일을 하고 싶어하는데다 취미도 연구라고 말할 정도로 연구에 진심이다.

RNA 유전자가위 연구도 그를 닮아 독특한 원리가 적용됐다. 허원도 교수는 “주방가위 양쪽 끝을 떼어내면 자를 수 없지만 빛(청색광)을 비추면 가위가 조립돼 자를 수 있다”며 “가이드RNA의 도움으로 목표 지점(단백질)에 가서 서로 결합해 가위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부작용(신호배경잡음) 없이 필요한 질병 조직과 세포(표적 RNA)를 잘라내거나 원하는 염기서열을 교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원도 KAIST 생명과학과 교수.(사진=KAIST)
유전자가위는 유전자를 염기 단위로 없애거나 교체할 수 있는 기술이다. 몸 속에 있는 암세포나 희귀질환 유발 단백질을 만드는 mRNA를 잘라내거나 정상세포로 교체해 유전자를 편집해준다. 지난 2020년 유전자 기술의 혁명을 가져온 연구자들이 노벨화학상을 받았고, 전 세계 유수 연구그룹이 도전하고 있는 꿈의 기술이다.

허원도 교수의 연구는 일반적인 유전자가위가 디옥시리보핵산(DNA)를 목표로 하는 것과 달리 RNA를 표적으로 하고, 빛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DNA를 표적으로 하면 돌연변이가 발생했을 때 DNA 유전자가위 오류로 영구적인 손상이 발생할 수 있는 것과 달리 RNA를 표적으로 하면 DNA에 기존 정보가 남아 치명적 손상을 피할 수 있다.



특히 빛을 이용하면 원하는 시점에 특정 단백질을 활성화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LED(발광다이오드) 패널이나 LED 패치를 이용해 원하는 부위를 치료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연구팀은 460~500나노미터(nm) 파장에 분포하는 청색광을 이용했다. 청색광은 최근 시각세포를 재생한다는 치료제로 효과도 입증한 만큼 특정 부위를 활성화할 수 있어 중요하다.

청색광에 의해 활성화되는 RNA 유전자가위 시스템 모식도.(자료=KAIST)
RNA를 자를 때와 달리 염기 편집을 할 때에는 유전자 가위에 조절 단백질을 붙여야 하는데 이 조절 단백질이 지나치게 많이 발현되면 문제(배경잡음신호)가 발생할 수 있다. 빛을 이용하면 원하는 위치에 원하는 때에 추가 미디어 교체나 화학물을 전달할 필요 없이 세포 및 세포 내 단백질을 활성화할 수 있다.

이같은 연구는 지난 2010년부터 연구팀이 개발해 온 광유전학 기술이 기반이 됐다. 연구팀은 지난 2014년도에 세포 내 단백질을 목표로 하는 LARIAT라는 기술을 개발한뒤 2018년부터 RNA 유전자가위 연구를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 시기에는 RNA바이러스 유전체 내 슈도낫 부위를 RNA 유전자 가위로 자르면 코로나바이러스 증식을 99.9% 차단할 수 있는 핵심 부위라는 것을 발견하고, 동물실험에서 치료 효과도 입증했다.

허 교수의 목표는 이번에 개발한 RNA 유전자가위와 현재 연구실에서 개발중인 유전자가위 기술을 기반으로 암, 희귀질환 치료를 위한 전임상, 임상 연구까지 연구를 확장하는 것이다. 허 교수는 “질병을 표적으로 하는 돌연변이를 인지하려면 더 넓은 염기 편집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며 “10년 내 유전자가위 치료 시대가 올 수 있는 가운데 우리 연구팀의 연구를 전임상단계, 임상단계까지 확장해 부작용 위험이 없는 질환 치료 길을 열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