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망 이용료, 국내 기업은 3배 늘고, 구글·페이스북은 무료?

by김현아 기자
2017.08.29 17:31:30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망중립성이 비용 문제는 아니지만, 29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최한 ‘흔들리는 망중립성, 인터넷 생태계가 위험하다’ 토론회에서는 국내 인터넷 기업들과 외국계 인터넷 기업간 불공정한 망사용료 문제가 이슈화됐다.

정부가 최근 개정한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 때문에 국내 중소 망 사업자나 콘텐츠 기업(CP)들은 망비용 폭탄에 시달리는 반면, 구글의 유튜브나 페이스북은 국내 통신사에게 적정한 망사용비용을 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전기통신설비 상호접속기준’에 대한 문제는 지난해 박홍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제기하면서 당시 미래부도 고시 개정 문제를 검토했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출범이후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김용배 콘텐츠연합플랫폼(푹) 팀장은 “미래부가 의견을 수렴한다고 했는데 아직 고시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하위 통신사나 CP들은 비용을 3배 정도 더 내야 한다”며 “우리도 망투자비 분담문제를 논의할 수 있지만, 트래픽을 많이 쓰는 자들에게는 제대로 부과하지 않고 국내 기업들이 크게 부담하는 문제는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구글 등의 문제는 세금 문제 등도 고려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박홍근 의원에 따르면 이번 고시 개정으로 네트워크가 부족하거나 없는 하위 사업자들에겐 60~70% 인상된 요금폭탄이 떨어졌다.트래픽 사용량이 많은 국내외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업체와 콘텐츠기업(CP), 동영상 서비스 비중이 높은 국내 CP업체인 대형 포털사들도 통상적인 업계 기준가를 토대로 예상했던 금액보다 60~70% 가량 높은 가격을 제시받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최근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 캐시 서버 설치를 요구하면서, 통신망 이용 비용을 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이 과정에서 SK브로드밴드와 협상이 잘 되지 않자, 인터넷 접속 경로를 임의로 바꿔 SK브로드밴드 초고속인터넷에 가입한 사람이 유선으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쓸 때 접속이 지연되거나 안 되게 만들었다. 때문에, 방통위는 이 문제를 이용자 차별 이슈로 보고 사실조사를 진행 중이다.

권헌영 교수(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는 “통신망은 국내 시장의 경계를 넘나들지 못하는데, 데이터나 콘텐츠는 그렇지 않다”며 “통신사가 망을 투자하고 구체적으로 돈을 어떻게 버는지, 넷플릭스는 혼자 사업하고 마는 것인지, 망 투자사에게 얼마를 주는 지, 유튜브가 돈을 냈다면 그 돈이 다시 투자비용으로 순환되는지 객관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정확히 말해 네트워크 부담 측면에서 보면 우리는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회사와 계약을 맺어 비용을 낸다”며 “콘텐츠 회사들이 무임승차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트래픽 량을 보면 유튜브가 가장 많고, 페이스북의 량이 큰데 그쪽에서는 캐시 서버를 통신사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설치해 망 비용을 거의 안내려 한다”며 “통신사들은 글로벌 회사들과는 협상력의 차이를 보이지만 국내 콘텐츠 회사들과는 다르다. 이런 불균형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
이에 대해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9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국내 인터넷 기업과 구글, 페이스북 같은 해외 인터넷 기업간 역차별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정부의 ‘인터넷망상호접속기준’ 개정으로 국내 중소 통신사나 콘텐츠 업체가 내는 인터넷망 비용은 3배 이상 늘고, 페이스북은 국내 통신망을 공짜로 쓰려 한다는 지적에 대해 “역차별 해소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김용수 차관께 지시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에 중국의 예를 벤치마킹해보라고 했다”며 “다만, 우리가 상식적으로 그리 돼야 한다는 것과 시장의 논리와는 조금 상충되는 게 있어 거기에 대한 대책과 준비를 시켰다”고 말했다.

김용수 2차관은 “역차별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유럽도 전체 기업이 미국 강대국 체제로 가는데 역점적으로 보고 있다”며 “역차별 해소와 관련 조세 문제도 있고 ICT분야도 해야 할 노력이 있다. 만족할만한 성과는 아직 안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날 인기협 토론회에서 논란이 된 ‘인터넷망 상호접속기준’을 당장 개정할 뜻은 없다고 했다.

김 차관은 “중소 인터넷 기업의 망 비용이 3배 증가 했는가는 잘 모르겠지만 상호접속 개정의 취지는 피어링이었다. 통화량 측정 안됐으니까 이제는 SW 기술 발달해서 데이터 잡아서 하게 됐다”며 “이게 당사자간 합의로 발전했고 전 세계적으로 피어링해서 플로우체크하는 것은 별로 없는데 그리 갔기 때문에 불만이 생긴 것 같다. 불만사항들에 대해 접속 기준이 2년마다 개정이 되니 보다 합리적인, 이런 노력들이 합리화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양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윤철한 경실련 국장은 “망중립성은 원칙의 문제이지 돈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신규 망 투자 비용을 이야기 하는 건 통신사 논리다. 요금구조 자체가 불투명하고, 통신사 월급도 굉장히 많고 마케팅비를 수십조 쓰는데 늘 투자비용이 어렵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지환(사)오픈넷 소속 변호사는 “특정 콘텐츠와 통신이 결합돼 무료로 제공되는 ‘제로레이팅’은 통신사들이 망의 지배력을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전이시켜 시장 질서를 흐릴 우려가 있다”며 “자신의 계열사나 특수관계사에 유리한 조건을 부여하게 되면 전반적인 콘텐츠 시장에서 공정경쟁이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