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사태’에 무분별 의혹만…애꿎은 이커머스만 ‘된서리’

by김정유 기자
2025.12.04 15:04:20

中 타오바오서 쿠팡·올리브영·무신사 등 계정거래
네이버·카카오도 거래되는데…이커머스만 불안?
쿠팡서 비롯된 보안공포, 확인없는 의혹만 양산
고객이 직접 계정 팔고 中브로커 통해 풀리는 경우도
정보유출 방식은 다양, 이유없는 이커머스 비난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337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벌어진 ‘쿠팡 사태’의 후폭풍이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에 대한 무분별한 의혹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단순히 중국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국내 이커머스 계정이 판매된다는 이유만으로, 쿠팡 사태와 연결지어 확인되지 않은 의혹만 대량 생산되는 모양새다. 자칫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전반이 피해를 받을 것이란 우려다.

중국 타오바오에서 검색되는 국내 플랫폼 계정들. 왼쪽이 네이버, 오른쪽이 카카오 계정 판매글들이다. (사진=타오바오 화면 캡처)
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오픈마켓 사이트 타오바오에서 국내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계정은 수년전부터 거래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타오바오에서 국내 굴지의 포털 대기업 네이버(NAVER(035420)), 카카오(035720) 계정 등을 검색하면 거래 게시글이 빼곡히 나온다. 네이버·카카오뿐만 아니라, 쿠팡·올리브영·무신사·예스24 등 수많은 국내 업체들의 계정 정보가 팔리고 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중국 오픈마켓 사이트에 올라온 국내 계정 판매 게시글을 명확한 인과 관계없이 쿠팡 사태와 연결지으려는 시도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3370만명이라는 초유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현재 사회적 지탄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이커머스 플랫폼의 기본인 보안 문제를 허술하게 관리한 측면에서 비판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현재 모든 보안 관련 문제들을 쿠팡과 엮어 확인되지 않는 의혹을 양산하는 건 다른 문제다.

실제 쿠팡 사태 이후 중국 샤오홍슈·타오바오에서 계정이 거래된다는 이유로 국내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들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계정이 거래되는 판국이지만, 유독 이커머스에만 의심의 눈초리를 던지는 모양새다. 쿠팡 사태로 인한 ‘이커머스 보안 공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소비자들 일부는 중국 계정 판매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국내 플랫폼 사용하기가 불안하다”, “이미 OO 플랫폼에 중국인들이 다 포진해 있는 것 아니냐” 등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중국내 한국 계정 유통 과정에 대해서는 명확히 확인된 바가 없다. 관련 플랫폼들 역시 “내부 개인정보 유출건은 절대 아니다”고 펄쩍 뛰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답답함을 호소한다. 쿠팡 사태 이후 불똥이 떨어질까 내부 보안 관리 시스템 점검·강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인데, 뜬금없이 중국과 연계한 의혹들이 확산하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는 자칫 이커머스 시장 전반의 신뢰도 하락과도 연결될 수 있는 문제여서 업계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G마켓에서도 최근 소규모 무단결제 피해 사례가 발생했는데, 이를 플랫폼 해킹과 연결짓는 의혹들이 나오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에 장승환 G마켓 대표는 이날 급하게 임직원 메시지를 내고 “이번 건은 해킹과 무관한 사고이고, 외부 침입 흔적은 전혀 없었다”며 “외부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로그인한 뒤 결제한 수법”이라고 강조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미 수년 전부터 일부 국내 플랫폼 회원들이 자신의 계정을 돈을 받고 팔고, 이를 대량으로 중국 브로커들이 사들여 현지 오픈마켓에서 판매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예컨대 주변인들 이름으로 공계정을 만들어 무단으로 브로커에게 팔면, 중국에선 이를 프리미엄 붙여서 또 다른 외국에 파는 식이다. 중국 보따리상들에게도 수요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커머스 A사 관계자는 “국내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한정판 구매 이벤트 등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 중국에서 대량으로 계정을 돌리는 경우도 많다”며 “국내에서 판 개인정보들이 다크웹을 통해 유통되고, 이를 통해 크롤링(자동수집)을 돌리면 무단으로 국내 계정을 많이 빠르게 만들 수 있다. 이 같은 계정 아이디를 대량 판매해 수익을 챙기는 구조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정보 유출과 도용의 방식은 다양한데, 이를 무조건 쿠팡 사태로만 연결 짓거나 해킹으로 단정짓는 건 다소 과도한 해석이란 지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논란은 내부 정보 유출과는 전혀 무관한 일부 회원들의 약관위반 행위인데, 국내 이커머스 업계 전체의 보안 이슈 등으로 싸잡아서 비난받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쿠팡 사태에서 경험했듯이 고객정보 관리, 보안체계 등에 있어선 업계 전반이 되돌아보고 체계를 강화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심지어 게임사 넥슨의 계정까지 버젓이 올라와 있다. (사진=타오바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