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의 백제사신, 한류의 시초[이창근의 트래블&아트]
by이윤정 기자
2023.10.31 21:46:34
''제11회 연수능허대문화축제'' 성료
백제 소재 축제 교류·협력 필요
"백제문화, 콘텐츠산업 꽃피우는 원형"
전 세계 한류 팬이 K-컬처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그 원천은 우리의 헤리티지입니다. 지역의 문화자원을 잘 가꾸면 다시 찾고 싶은 관광명소가 됩니다. 융합을 통해 지역을 매력적인 도시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산업이 되고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콘텐츠의 영향력에 주목해야 합니다. 국가유산과 관광산업, K-콘텐츠에 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편집자주>
[이창근 헤리티지랩 소장·예술경영학박사] 올 9~10월은 코로나 이후 전국의 축제들이 대대적으로 개최됐다. 필자는 송도국제도시가 위치한 인천 연수구의 대표 축제에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을 제작·연출하는 총감독을 맡았다. 제11회 연수능허대문화축제다. 통신사 빅데이터 집계 결과, 10월 7~8일 이틀간 8만 명의 방문객이 축제장을 찾았다.
장소성을 되살린 주제공연과 백제사신 테마 프로그램 구성, 지역 상권 연계와 관광 마케팅 전략은 축제 주제 ‘꿈을 위한 항해’를 발현했다. 무엇보다 주민화합형 축제 지향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역사문화관광까지 확장하는 시금석이 됐다.
테마 프로그램으로 백제사신 퍼레이드(사신단 일행과 한나루 백성)와 사신단 출항 교서 반포식, 백제인 디지털 휴먼(당염립본왕회도 미디어아트)과 백제무희 창작무용, 백제사신 임용시험, 한나루 저잣거리가 진행됐다. 이는 방문객에게 인천 지역과 백제사신이 어떤 역사적 맥락이 있었는지 각인 시켜주며 축제의 정체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
| ‘제11회 연수능허대문화축제’(사진=인천 연수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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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수구의 ‘능허대’는 고대 백제 사신들이 배를 타기 위해 기다리던 곳이다. 그 아래 위치한 한나루를 출발점으로 당시 중국 산둥반도 일대를 주름잡던 해상교통의 전진기지로 알려져 있다.
대진(大津) 혹은 한진(漢津)으로 불리는 선박의 발선지 ‘한나루’는 3차원 입체화 과정의 고지형 분석 방법으로 복원하는 고대 역사도시 재현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학계에서는 능허대 동쪽 능선에 조수 파고가 차단되는 지형적 이점을 이용해 정박 후 동쪽으로 이어진 평탄한 미고지를 통해 물품의 적치와 이동이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런 역사성에 근거해 인천시가 1988년 이곳에 능허대 터 표지석과 정자를 세워 시민공원으로 조성했고, 1990년에는 시 기념물로 지정하기도 했다. 연수구는 고대 백제 해상교역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살려 2004년부터 능허대축제를 지역 대표축제로 육성해 왔다. 2018년에는 2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관광축제(육성축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4년 만에 부활한 축제는 과거와 미래를 잇는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삼국사기 백제본기에 실린 내용을 보면 “백제는 주변 국가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문화를 발전시켰고, 그 과정에서 백제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었다”고 기록됐다. 백제유적이 위치한 지역에서는 백제문화를 소재로 축제를 연다. 대표적으로 충남 공주-부여의 백제문화제와 서울 송파의 한성백제문화제가 있다. 전북 익산의 서동축제와 송도국제도시의 능허대축제까지. 축제의 바탕이 되는 저마다의 백제 스토리가 있고 그것을 소재로 축제의 프로그램을 구성해 주제를 전한다. 모두 백제문화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 ‘제11회 연수능허대문화축제’(사진=인천 연수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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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백제문화를 소재로 한 축제의 교류·협력이 필요하다. 각 축제의 대표프로그램을 초청한다거나 홍보부스를 운영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지역을 교차해 공동마케팅도 가능하다. 백제는 왕성한 해상 활동을 통해 동아시아의 무역을 주름잡았으며, 주변국과 활발히 교류해 중국, 일본에 우수한 문화를 전파해 왔다. 찬란한 민족문화를 꽃피우며 포용성과 개방성을 보여줬던 백제문화는 K-컬처의 시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향후 한성-웅진-사비-익산백제로의 연결에 있어 먼저 한성백제문화제와 연수능허대문화축제가 내년부터 힘을 합쳐 ‘연계개최’를 해보면 어떨까. 서로의 지역을 알리고 축제 브랜드를 파급하는 시너지효과 창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
백제문화의 진수는 개방성과 포용성에 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중요한 가치다. 오래된 백제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체감할 수 있는 백제를 만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류의 원천은 무엇보다 우리의 정신문화와 문화유산이다. 일본 아스카 문화의 원류인 백제문화는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산으로, 오늘날 우리의 콘텐츠산업을 꽃피우는 문화원형이고 한류의 원조다.
△필자 소개
예술경영학박사(Ph.D.). ICT 칼럼니스트이자 Media-Art 디렉터로 헤리티지랩 소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정보원 이사, 충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 이사를 겸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좋은빛위원, 충남문화재단 이사, 세종특별자치시 경관위원 등을 지냈다. 현재 인천광역시 공공디자인위원, 천안시 도시계획위원,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 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정회원(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