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나간' 발언에 첫 대정부질문 파행…'채해병 특검법' 무산

by김범준 기자
2024.07.02 23:35:14

2일 국회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 중
野 김병주 "정신 나간 국민의힘 '한미일 동맹' 표현"
與 항의에도 사과 거부…약 2시간 만 정회 후 산회
특검법 본회의 상정 미뤄져…민주 "내일 다시 시작"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제22대 국회 개원 후 첫 대정부질문을 위해 소집한 본회의가 여야 격돌로 첫날부터 파행했다. 대정부질문 이후로 예정됐던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해병 특검법)’은 결국 본회의에 상정하지 못하고 미뤄졌다.

김병주(맨 왼쪽 뒷모습)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5회국회(임시회) 4차 본회의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질문을 하다가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정신나갔다’고 표현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항의를 받으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사진=뉴스1)
국회는 2일부터 6월 임시회가 끝나는 이달 4일까지 사흘간 대정부질문에 들어갔다. 여야가 시작 전부터 ‘채해병 특검법’ 상정 여부를 두고 날 선 신경전을 벌이면서 이날 본회의는 예정보다 약 1시간 반 늦은 오후 3시 30분쯤 열렸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 개회 전 채해병 특검법 상정 여부를 두고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양당 원내대표 회동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입장 차이만 재확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제22대 국회 ‘1호 당론 법안’으로 발의한 채해병 특검법을 곧장 본회의 상정과 표결을 강행하기로 했고, 국민의힘은 본회의 대정부질문에 법안을 상정한 전례가 없다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맞서기로 했다.

우여곡절 끝에 열린 본회의는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이 시작한 지 약 2시간 20분 만에 정회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 도중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은 논평에서 ‘한미일 동맹’이라고 표현했다”는 발언이 논란이 되며 도마 위에 오르면서다. 국민의힘에서는 즉각 사과를 요구했지만 김 의원과 민주당에서 이를 거절하면서 이내 파행으로 치달았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정회하고 여야가 사과 여부를 두고 줄다리기를 벌였지만,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하고 회의가 속개되지 못하면서 오후 10시쯤 산회했다. 대정부질문 첫날 다룬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질의도 끝까지 매듭짓지 못했다.



이날 본회의가 이어지지 못하면서 민주당 등 원내 야7당이 대정부질문 이후 상정과 표결 처리를 예고한 채해병 특검법도 결국 무산됐다. 이에 국민의힘이 표결 저지를 위해 응수할 예정이었던 필리버스터도 진행되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본회의 산회 직후 오후 10시 10분쯤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매국적인 한일동맹 웬 말이냐, 국민의힘은 사과하라” “일방적 국회 운영, 주호영 부의장은 각성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이날 본회의 파행의 불길을 당긴 김병주 의원은 규탄대회에서 “(국민의힘에서) 한일 동맹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에 개인적으로 ‘정신 나간 행위’라고 생각하며 이를 지적한 것”이라며 “용어를 빌미 삼아 파행한 국민의힘에 대단히 유감을 표한다. 국민의힘은 어떻게 일본과 동맹을 맺을 수 있는지 대국민 사과를 하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다음 날인 3일 본회의에서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을 이어 가는 한편, 기존 입장대로 채해병 특검법 상정과 표결도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규탄대회 후 기자들과 만나 “내일 오후 2시가 되면 두 번째 대정부질문과 관련된 국회 본회의가 시작된다”면서 “국민의힘이 불출석을 무기로 일하는 국회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민주당은 이에 개의치 않고 국회법에 따라 따박따박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