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정직 6개월→정직 2개월`…秋, 역풍 의식해 실리 챙겼나

by남궁민관 기자
2020.12.16 18:17:34

''尹 징계 청구'' 칼 뽑을 당시만해도 ''해임·면직'' 유력 거론
징계위, 4개 비위 혐의 인정에도 다소 가벼운 징계
정치적 부담 제거·법정 공방 대비 행보로 해석
퇴로 확보 통한 출구전략 구사…법원에서도 통할까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중징계가 현실화됐지만 예상보다 낮은 `정직 2개월`이라는 징계 수위에 물음표가 붙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 감찰 결과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를 다수 확인했다”며 징계를 청구할 당시만 해도 검사직을 상실하는 수준의 중징계인 `해임 또는 면직`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던 터라 이 같은 약한 수준의 징계 결정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오전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이하 징계위)가 전날부터 이날 새벽까지 윤 총장에 대한 밤샘 징계 심의를 진행한 결과 2개월의 중징계를 내리기로 의결하자, 생각보다 가벼운 징계라는 평가가 법조계 안팎에서 쏟아졌다. 실제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수위 전망은 추 장관의 징계 청구 당시 해임·면직에서 징계위 의결 직전 정직 6개월까지 낮아졌고 결과는 이보다 훨씬 약했다.

추 장관이 지적한 윤 총장의 비위 혐의 중 가장 논란이 된 `판사 사찰 의혹` 하나만 징계 사유로 인정되더라도 해임 또는 면직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윤 총장은 이를 비롯해 채널A 사건 감찰 및 수사 방해와 정치적 중립 위반까지 총 4개의 비위 혐의가 징계위에서 징계 사유로 인정됐기 때문. 이에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최소한의 징계 명분은 가져가면서도 역풍은 막으려는 실리를 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잇따른다. 퇴로 확보를 통한 출구전략을 구사한 것이란 해석이다.

일단 절차적 위법성을 두고 조목조목 역공을 펼쳐온 윤 총장의 전략이 추 장관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감찰부터 시작해 징계 청구 및 직무 집행 정지 처분, 그리고 징계위 심의 절차까지 윤 총장은 적법한 절차 준수를 지속적으로 요구했고, 법조계는 물론 국민적 여론 더 나아가 청와대까지 이에 고개를 끄덕였다. 해임 또는 면직을 무작정 밀어붙였다가는 거센 후폭풍마저 예상됐던 상황이다.

검사직 및 검찰총장 임기를 보장해 윤 총장 거취 결정이라는 정치적 부담감은 피하는 동시에 일단 검찰총장 직무에서는 배제해 징계 명분은 살리는 ‘정직’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월성 원전 1호기 사건이나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 윤 총장이 최근 현 정부를 겨냥해 속도를 내고 있던 수사의 동력을 약화시키려는 셈법도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 어린 시각도 존재한다.



정직은 1개월에서 6개월 사이로 기간을 정할 수 있는데, 상대적으로 짧은 2개월로 의결한 데 대해서도 행정소송을 의식한 것이란 평가다. 이미 윤 총장은 징계위 징계 처분에 대한 본안 소송인 취소 소송과 처분 효력을 멈추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예고한 상황으로, 이 중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인용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계산된 수위라는 해석이다. 정직 기간이 짧은 만큼 가처분 신청의 주요 기준인 `행정처분으로 인해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하는지 여부`에서 승산을 높이려는 전략인 셈이다.

그간 추 장관은 예상치 못한 대목에서 윤 총장의 역공에 되레 곤란한 처지에 놓였던 장면들을 종종 연출했다.

지난 1월 취임한 추 장관은 취임 직후 당시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앉히는 검사장급 인사를 단행했다. 이후 채널A 사건, 라임 로비 의혹 사건, 윤 총장 가족 사건에 세 차례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는가 하면 대검찰청 특수활동비 주머닛돈 의혹을 제기하는 등 윤 총장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을 이어 왔다.

지난달 17일 법무부 파견 평검사 2명을 대검에 보내 윤 총장 감찰 대면 조사를 시도하며 칼자루를 만지던 추 장관은 같은 달 24일 윤 총장에게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에서 배제시키는 처분을 내리면서 칼을 뽑아들었다.

이른바 `윤석열 찍어내기`를 가시화했지만, 추 장관은 이내 예상치 못한 난관들에 부딪혔다. 추 장관의 처분 직후인 지난달 25일 전후로 전국 고검장을 비롯한 검찰 간부들부터 평검사들까지 일제히 반발하면서 검란(檢亂) 조짐이 강하게 흘렀다.

지난 1일에는 윤 총장이 추 장관을 상대로 결정적인 두 방의 펀치를 연달아 날리기도 했다.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사유 미고지 및 소명 기회 미부여 등 절차의 중대한 흠결로 인해 징계 청구, 직무 배제, 수사 의뢰 처분은 부적정하다”며 법무부에 해당 권고안을 전달한 직후, 서울행정법원은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내린 직무 집행 정지 처분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윤 총장이 직무에 복귀하면서 자연스레 추 장관은 궁지로 몰렸다.

지난 9일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조차 추 장관이 지목한 윤 총장의 주요 비위 혐의인 `판사 사찰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도 내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추 장관에 큰 부담을 안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