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재심사vs재매각’ 갈림길…1심 이후 YTN 향방은

by허지은 기자
2025.12.01 16:36:03

法, 2인 방통위에 제동…“중대한 하자”
3200억 투입한 유진, 즉각 항소 예고
대주주 유지하더라도…영향력 제한 우려
재승인 불투명…상급심서 뒤집힐까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지난해 유진그룹에 인수된 YTN의 최대주주 변경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5인 정원인 방송통신위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2인 체제일 당시 승인된 YTN 최대주주 변경안은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YTN 인수에 3200억원을 투입한 유진 측은 즉각 항소를 예고했지만, 최종 결론까지 항소심·상고심과 방통위 재심사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법조계에선 합의제 독립기관의 정치적 독립성과 방송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2인 체제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1심 재판부의 논리를 상급심이 쉽게 뒤집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항소심 진행 중 유진그룹의 최대주주 지위 안정성이 흔들려 인사, 콘텐츠, 투자 결정 등에서 불확실성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 조합원 등이 7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열린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YTN 매각 승인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YTN 우리사주조합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최다액출자자 변경안 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5인 정원인 방통위가 지난해 2월 당시 대통령 추천 상임위원 2인만 참여한 채 YTN 최대주주 변경을 의결한 것은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한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게 골자다.

재판부는 “재적 위원이 2인뿐이라면 1인이 반대하면 불가능해져 다수결 원리가 사실상 작동하기 어렵다”며 “주요 의사결정은 5인이 모두 임명돼 재적한 상태에서 3인 이상의 찬성으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합의제 행정기관에서 토론과 숙의를 위해선 최소한의 위원 구성이 필요하기에, 2인 체제는 사실상 독임제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유진그룹은 지난해 YTN 지분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유진이엔티를 통해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보유한 YTN 지분 30.95%를 약 3199억원에 취득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후 경영진 교체, 조직 개편 등 체제 안착에 속도를 내왔지만, 이번 판결로 ‘최대주주 승인’이라는 행정적 기반 자체가 흔들리게 됐다.

유진그룹은 곧바로 1심 판결에 적극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진 측은 “유진그룹은 본 소송의 보조참가인으로 자체 항소가 가능하다”며 “법원의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항소를 적극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피고인 방통위가 항소를 포기하더라도 소송의 보조참가인인 유진이 직접 항소해 2심에서 다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향후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상급심에서 1심 판결이 뒤집혀 유진그룹에 대한 최대주주 승인 처분이 다시 유효해지는 경우, 둘째는 항소심·상고심까지 취소 판결이 유지된 후 방미통위 재심사에서 유진 측의 대주주 적격성이 부정돼 재매각으로 넘어가는 경우다. 이 경우 YTN의 민영화가 백지화되거나, 또다른 최대주주를 맞이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법정 다툼이 길어질 경우 유진그룹의 최대주주 지위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항소심 진행 중에도 지분 구조와 경영은 형식상 유지되지만, 승인 취소 판결이 내려진 상황에서 인사나 콘텐츠 편성, 중장기 투자 계획 등 주요 의사결정은 상당 기간 불확실성을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법조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이번 판결이 지분 매각과 최대주주 변경이 이미 완료된 딜에 대해 절차 위법을 이유로 취소를 명령한 점에 주목한다. 한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는 “절차 하자를 이유로 후행 거래까지 흔드는 강한 통제가 나온 것”이라며 “향후 주요 공공자산의 민영화 과정에서도 절차적 정당성 심사가 엄격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IB업계 관계자는 “정권 교체 후 이전 정권에서 이뤄진 거래가 백지화될 수 있다면 어느 누가 맘편히 지분 인수를 할 수 있겠느냐”며 “또다른 시장 교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