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손님 돈 더 내라"…관세전쟁에 中 애국심 자극

by조민정 기자
2025.04.11 22:03:01

치킨게임에 중국 내 반미감정도 확산
외교부 대변인도 마오쩌둥 영상 게시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이 발발하면서 중국의 애국주의가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중국의 강대강 대치가 본격화하며 중국 내 반미감정이 확산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한 가게 문구에 “미국인 손님은 104% 서비스비용을 내세요”라고 적혀 있다.(사진=SCMP 캡처)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중국 내 자영업자가 미국인 손님에 대한 차별적 메시지를 담은 안내문을 게시하거나 미국산 수입품을 자발적으로 판매하지 않겠다고 하는 등의 대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우한의 한 고깃집에서 “미국 국적의 손님은 추가 서비스 비용으로 104%를 내세요. 이해가 안 되는 게 있다면 미국대사관에 가서 문의하세요”라는 안내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미국과 중국은 관세전쟁에서 한 치의 양보 없는 ‘치킨게임’으로 대응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對)중국 관세를 계속해서 인상할 때마다 중국은 같은 비율의 관세를 매기며 보복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양상이다.

SCMP는 중국 내 반미감정에 대해 누리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네티즌은 “이런 식의 대응에 반대한다”며 “오히려 할인을 해줘 미국인이 방문해 중국산을 더 많이 사고 돈을 쓰게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한 신발 제조업자는 더우인(중국의 틱톡)에서 앞으로 미국 사업파트너들과 거래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영상을 게시해 이목을 끌었다. 그는 영상에서 자신의 80만 팔로워들을 향해 “손해를 보더라도 나는 물건을 (미국에) 수출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사업에서 돈을 버는 것보다 중요한 건 애국심이다”라고 말했다.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에 대해 “애국적이고 멋있다”는 평가와 함께 “사업 홍보를 위한 기회주의적인 행동”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중국 당국도 이러한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엑스(X·옛 트위터)에 전날 1953년에 촬영된 마오쩌둥의 영상을 게시했다.

한국전쟁 당시 중국의 참전을 언급하면서 마오쩌둥은 “이 전쟁이 얼마나 오래갈지 우리는 알 수 없지만, 얼마나 오래 가든 우리는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완전한 승리를 거둘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영상의 조회수는 하루 만에 1000만건이 넘었다.

마오닝 대변인은 중국인의 애국심을 고취하거나 미중 무역전쟁을 풍자하는 게시물을 연일 올리며 여론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마오쩌둥의 영상 올린 중국 외교부 대변인.(사진=마오닝 엑스 계정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