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스러운 11월 폭설.. 원인은 결국 `지구 온난화`(종합)

by이영민 기자
2024.11.28 16:43:09

해수온도와 기온 차이 때문에 눈 구름대 증가
기온 다시 올라 녹은 눈 밤사이 빙판길로 얼어
"전에 없던 11월 폭설, 지구온난화의 증거"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이례적인 11월 폭설이 이어지면서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이 눈으로 뒤덮였다. 특히 폭설이 집중된 서울과 인천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은 눈이 쌓였다. 이 때문에 도심 곳곳에서는 폭설에 따른 사고가 발생했고 인명피해 및 시민 불편이 잇따랐다.

28일 오전 인천시 중구 항동7가에서 건물 지붕이 무너져 있다.(사진=연합뉴스)
28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적설은 △경기 용인 44.1㎝ △경기 광주 43.6㎝ △서울 관악 39.8㎝ △경기 군포 39.8㎝ △경기 수원 39.2㎝ △인천 24.5㎝ △강원 평창(대화) 32.4㎝ △충청 진천(위성센터) 39.1㎝를 기록했다. 특히 전날 서울과 인천은 11월 일최심적설 1위를 경신했다. 서울의 일최심적설은 20.1㎝, 인천은 19.4㎝였다. 일최심적설이란 기존에 내린 눈과 녹은 눈, 새로 내린 눈을 반영해 0시부터 24시까지 실제 지표면으로부터 눈이 가장 높이 쌓였을 때의 깊이이다. 앞서 기상 관측 이후 서울에서 일최심적설이 가장 높았던 해는 1922년 3월 24일(31㎝)이었다.

이처럼 한번에 많은 눈이 내리면서 안전사고가 잇따랐다. 지난 27일 오후 7시 26분쯤 경기 평택시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상부 철제 그물이 무너지면서 제설작업 근로자 2명을 덮쳐 30대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 오후 5시 50분쯤 강원 원주시에서는 차량 53대가 빙판길에 잇따라 추돌해 3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번 폭설은 높은 해수 온도와 절리저기압, 북쪽 찬 공기가 맞물려 발생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북쪽 찬 공기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하는 제트기류가 올겨울 약해졌고, 이 제트기류가 구불구불하게 흔들리다가 작은 저기압(절리저기압)이 한반도 상공으로 떨어져나왔다. 이 절리저기압이 반시계방향으로 소용돌이치는 동안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이 회전을 타고 국내로 유입되면서 기온이 급감, 그 사이 평년보다 2도가량 따뜻한 서해의 수증기와 만나 눈구름 형성이 활발해졌다는 것이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이번 폭설은 지구온난화를 잘 보여주는 현상”이라며 “올해는 해수 온도가 높아서 북극 빙하가 줄고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한기가 많이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대기 상부에 정체하는 절리저기압의 영향으로기압골이 주기적으로 한반도 주변을 통과하고 있다.(사진=기상청)
기상청은 하층기류를 따라 수증기가 계속 유입되고 이 흐름이 남하하면서 오는 29일 새벽까지 강원 남부(10㎝)와 제주 산지(15㎝)에 많은 눈이 더 내린다고 전망했다. 이날 오후에도 수도권 일부 내륙 지역엔 1~5㎝의 눈이 내릴 수 있다고 예보했다. 오는 29일 오전부터 밤까지 예상 적설은 △경기 남부 내륙 1~5㎝ △서울·인천·그 밖의 경기 지역 1~3㎝ △제주 3~8㎝이다. 그 밖의 충청과 전라, 경상권은 1~3㎝의 눈이 내릴 수 있다.

하늘은 오는 30일 새벽부터 점차 맑아지겠으나 전라권 일대는 한때 비가 내릴 수 있다. 다음 달 1일부터는 낮 동안 기온이 풀리다가 밤에 떨어지기를 반복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도로가 미끄러울 수도 있어 주의가 당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