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탄' 암초 만난 베트남 석탄화력사업…삼성·두산 참여할까

by문승관 기자
2020.08.10 18:29:36

한전 베트남 붕앙 2호기 사업 설계·조달·시공(EPC) 논의
한전 "팀코리아 사업, 국내기업 동반 진출…친환경 운영"
글로벌 ‘탈석탄’ 흐름 속 비판 여론 겹쳐…사업난항 예고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삼성물산과 두산중공업이 한국전력이 추진 중인 베트남 붕앙2호기(Vung Ang II) 석탄화력발전사업에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자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붕앙2호기는 2030년까지의 베트남 전력수급계획인 국가전원개발계획(7차 개정본)에 따른 국책사업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해외석탄발전투자금지법’을 발의하는 등 국내에서도 발목을 잡고 있는데다 대규모 해외 석탄개발에 대한 현지 환경보호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하면서 사업 자체가 암초에 부딪친 상태다.

10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한전이 김성환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보고서에서 삼성물산과 두산중공업은 베트남 붕앙2 사업 현지 법인인 VAPCO와 사업 참여 주요 조건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 붕앙2 사업은 베트남 하띤(Ha Tinh)성 지역에 총 1200㎿ 규모의 사업으로 사업비만 약 2조5000억원에 달한다. 한전은 중화전력공사(China Light & Power)로부터 약 2200억원의 지분 40%를 인수해 발전소 건설과 운영에 참여한다.

삼성물산과 두산중공업은 이 사업의 기존의 EPC(대형 건설 프로젝트나 인프라사업 계약을 따낸 사업자가 설계와 부품·소재 조달, 공사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형태의 사업) 사업자였던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과 중국 광동화전공정총공사(GPEC)를 대체하는 시공사로 참여하는 방안을 한전과 논의하고 있다. 계약을 체결하면 삼성물산이 건설을 맡고 두산중공업은 설비를 공급한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석탄화력발전사업에 대해 한전이 지분투자를 했기 때문에 국내 EPC가 참여하는 건 자연스러운 사업형태”라며 “다만 정치권을 비롯해 최근 국내외 여론이 악화하고 있어 사업참여에 해당 기업의 부담이 클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한전은 “구식 기술이 아닌 대기 배출물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신 저탄소 친환경 기술인 USC(초초임계압) 기술을 활용하고 사업주 예상수익률 감소에도 추가비용을 들여 환경설비(탈질설비, 저탄장 덮개)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라며 “베트남 현지뿐만 아니라 국제기준(World Bank)보다 엄격한 환경 기준을 적용해 친환경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은 수출입은행이, EPC는 한국 내 대기업이, 운영·관리(O&M)는 한전과 발전 자회사 등이 동반 진출하는 팀 코리아 사업”이라며 “약 9150억원의 국내 기업 동반 수출 효과는 물론 기자재, 설계, 시공 등에서 340여개의 국내 중소·중견기업이 협력해 약 6400억원의 중소기업 수출과 파급효과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한전의 설명에도 비판 여론은 더 확산하고 있다. 기후솔루션 윤세종 변호사는 “베트남 붕앙2 사업은 지난 2007년부터 추진돼 원래 계획대로는 2013년 가동할 예정이었으나 환경오염 우려와 경제성 하락 등의 이유로 12년 넘게 지연되고 있다”며 “탈석탄이 에너지 시장의 흐름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붕앙2 사업의 소재지인 하띤성 지방정부도 지난 5월 계획 중인 석탄화력의 가스발전 전환을 검토한다고 밝혀 사업추진이 불투명할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붕앙2 사업에 참여했던 글로벌 금융기관 가운데 지난해 12월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와 싱가포르 OCBC 은행이, 올해 1월 싱가포르 DBS가 사업 투자를 철회했다. 사업 지분의 40%를 보유하고 있던 중화전력공사(CLP) 역시 지난해 말 ‘탈탄소 전환’을 선언하며 붕앙2 사업 지분의 매각을 결정했다.

베트남 현지의 정책 변화도 중요한 변수다. 지난 2월 베트남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이 발표한 중장기 에너지정책 비전인 ‘결의안 55호(Resolution 55)’를 통해 재생에너지와 가스복합발전을 확대하고 석탄화력발전을 감축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윤 변호사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업의 책임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삼성물산과 두산중공업의 사업 참여 검토는 사업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며 “베트남에서 석탄화력발전 비중이 50%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베트남 에너지 시장에서 신규 석탄발전사업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