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불황 어디까지? "저점 확인했지만 회복은 더뎌"

by이재운 기자
2017.03.15 17:12:59

유가 상승 멈추고 한진 선박 쏟아져 나와 이중고
발주 감소에 국내 조선사 신규 수주도 난항 빠져
선박 해체량 증가-선가 하락 둔화는 긍정적 요소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도크 모습. 이데일리DB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조선업계의 시황 침체에 대우조선해양(042660)의 위기설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당국이 ‘워크아웃’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가운데 시장 회복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1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5년 10월 이후 현재까지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 규모를 수주했다. 정부와 국책은행이 4조2000억원을 지원할 당시 예상한 110억달러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당초 저유가 기조가 올해 다소 해소되면 석유 시추에 필요한 해양플랜트나 석유·가스를 실어나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액화천연가스 부유식 저장·재기화설비(LNG-FSRU)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연초 50달러대에 진입했던 국제 유가는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확대에 따라 다시 50달러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이 때문에 신규 발주가 줄어든 것은 물론 기존에 건조한 선박의 인도도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대우조선의 경우 앙골라 국영석유회사 소난골이 시추선(드릴십) 2기 인도를 미루면서 1조원 가량의 대금을 받지 못해 자금난에 처했다. 소난골과 협상을 통해 제3의 드릴십 인수 대상자를 찾고 있지만 낮아진 유가가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한진해운의 파산과 해운업계 인수합병(M&A)에 따른 업계 재편 여파도 신규 발주를 줄이는 요인이다. 이들이 운영하던 선박이 시장에 공급되면서 선박 수가 늘어나 임대(용선)하는 이용료가 낮아진 탓이다. 최근에는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라인이 이로 인해 현대중공업(009540)에 컨테이너선 4~5척 인도를 1년 늦추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대형 컨테이너선은 지난해 7월 이후 지난 1월까지 단 1건의 발주도 없었다.



이에 따라 자연스레 조선사의 신규 수주와 선박 가격(선가)이 낮아지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클락슨리서치가 발표한 지난달말 기준 세계 선박 수주잔량은 8111만CGT로, 2004년 8월말 이후 12년 6개월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그나마 선박 해체량이 계속 증가해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고, 선가 하락폭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점은 희망적이다. 선가가 하락하면서 오히려 발주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VLCC 선가는 지난해 말 8450만달러에서 1월 말 8200만달러, 2월 말 8100만달러로 떨어졌고 1만9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액화천연가스)선도 척당 50만달러씩 각각 하락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업황 회복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작년보다는 나아지고 있다”며 “석유 시추 사업자들은 중단했던 프로젝트를 재개하고 있어 해양 플랜트 시장이 다시 회복되고 있다. 해상 물동량 증가는 더디지만, 작년부터 컨테이너선 노후선박 해체량이 증가하는 등의 움직임이 있어 올해는 신규 발주가 다소 회복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홍 연구위원은 “국내 업체들 중 자체 기술력으로 대형·특수선박을 만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업자라는 점을 고려할 때 조선산업 생태계 측면에서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의 생존을 도울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조선업계 연도별 신조선 수주량(단위: CGT, 자료: 클락슨,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