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의진' 김관영 "당당히 3번 달면 관두겠다"vs"본질은 무리한 사보임"...
by박경훈 기자
2019.05.07 16:26:44
바른미래 내분, 의총 앞두고 갈등 최고조
김관영, 反孫 향해 "계파이기주의, 한국당 연대 눈치"
바른정당계, SNS 통해 대반격…원색적 비난도
의총·원내대표 선거 어찌 되든 갈등 상황 이어질 것
|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실에서 당내 현안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바른미래당 내분 사태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반(反) 손학규 진영은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퇴진을 위한 의원총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김 원내대표는 사실상 유승민 전 대표를 겨냥해 “바른미래당의 이름으로, 기호 3번을 달고 총선에 나가겠다는 의사를 표현하면 즉시 그만두겠다”고 ‘배수의 진’을 쳤다. 정치권에선 의총 결과가 어떻게 나와도 갈등 봉합은 쉽지 않을 거라 전망한다.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은 7일 오전부터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말의 잔치를 쏟아냈다. 가장 먼저 나선 건 김 원내대표다. 그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작심하듯 바른정당계·친(親)안철수계 등 반 손학규 세력을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현재 벌어지는 바른미래당 사태의 본질은 ‘계파 이기주의’에 눈이 멀어 분란을 일으키는 사람들”이라며 “계파정치를 통해 당을 흔들어대고 있다. 해당 행위다”고 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실상 유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바른정당계를 향해 “한국당과의 통합이나 연대를 감안하고 있거나,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밖에 안 보인다”며 “바른미래당의 이름으로, 기호 3번을 달고, 자유한국당이나 민주당과의 연대나 통합 없이 당당히 총선에 나가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는 의사표현을 하겠다면 저는 즉시 그만두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김 원내대표가 사실상 배수의 진을 친 것으로 해석한다.
반 손학규 진영, 특히 바른정당계는 SNS를 통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이들은 김 원내대표 불신임의 본질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보였던 ‘무리한 사보임’이라고 주장했다. 지상욱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패스트트랙 지정 투표 당시 ‘사보임은 없다’는 조건을 걸었다”며 “사보임을 안 한다는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거짓말로 일관하더니, 급기야 3분의 2 의원들이 ‘사퇴하라’ 하니 궤변을 내세웠다”고 말했다.
| 바른미래당 바른정당계 유의동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 원내행정실을 찾아 의원총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요구서에는 바른정당계 8명(정병국·유승민·이혜훈·오신환·유의동·지상욱·하태경·정운천)과 국민의당계 7명(권은희·김삼화·김수민·김중로·신용현·이동섭·이태규) 등 총 15명이 서명했다. (사진=뉴시스) |
|
사법개혁특위 위원에서 사보임 됐던 오신환 의원(당 사무총장) 역시 김 원내대표를 향해 “양치기 소년이 늑대로 돌변했다”며 “소속 의원에게 갑질을 하려 하고 있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하태경 최고위원도 “사보임을 안 하겠다는 약속을 깬 것은 물론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동료 의원들의 신뢰를 철저히 훼손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의원 15명의 서명을 받은 의총 요구서를 전달한 유의동 의원(원내수석부대표)은 오후에 기자회견까지 열며 김 원내대표의 사퇴를 재차 촉구했다. 그는 “의총 소집의원 중에 바른미래당을 떠날 의원은 아무도 없다”며 김 원내대표의 발언을 되받아쳤다. 다만 실제 유승민 전 대표를 포함한 의총 요구 의원들의 직접적인 답변은 듣지 못한 걸로 알려졌다.
현재 당원권 정지 의원 등을 제외한 바른미래당의 재적의원은 24명. 김 원내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의총에 서명한 의원은 과반이 넘는 15명이다. 큰 이변이 없다면 김 원내대표 불신임 안은 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헌당규상 김 원내대표가 자진해서 직을 던지지 않아도 문제는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사실상 내달 말로 예정한 차기 원내대표 선거까지 지금과 같은 갈등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더 큰 문제는 친 손학규·반 손학규, 어느 쪽에서 원내대표를 배출해도, 손 대표를 인정하거나 손 대표가 직을 물러나지 않는 이상 갈등 봉합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당 내분을 거치면서 지지율은 반토막이 났다. 당 유력주자인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도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면서 “그나마 있던 정치적 자산도 형해화(形骸化)됐다. 모두가 잃는 싸움을 하는 중이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