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pick] 동영상 호소문 올린 메이…이번주 英운명 가른다
by방성훈 기자
2019.04.08 16:08:37
메이, 동영상 성명서 “英위해 정치권 협력해야” 촉구
노동당과 협상 교착에 보수당 지지 촉구 '승부수'
英브렉시트 운명…10일 EU정상회의서 결론
"메이, EU에 진정성 알리고, 합의안 되살리려는 도박"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마지막 도박이 성공할 것인지에 전 세계 이목이 쏠려 있다. 메이 총리를 이번주 유럽연합(EU) 정상들과 영국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약속한 시한 내’ EU를 떠나기 위한 최종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실패하면 오는 12일(현지시간) 합의 없이(노딜) EU를 떠날 가능성도 있다.
메이 총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브렉시트와 관련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면서 동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에는 집권 보수당 의원들의 지지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메이 총리는 지난주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레미 코빈 대표와 협상에 착수해 보수당 의원들의 분노를 샀다. 하지만 코빈 대표와의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고 영국 언론들은 분석했다.
메이 총리는 영상에서 “EU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한 국민투표 이후 3년이나 지났다. (국민의 뜻에 따라) 정부는 EU와 브렉시트 관련 합의를 마쳤다. 나는 합의문이 의회에서 승인을 받고, 합의문에 근거해서 영국이 EU를 떠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의회는 합의문을 세 차례 거부했다. 동시에 합의 없이 EU를 탈퇴해선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선택은 합의 하에 EU를 떠나거나 합의 없이 떠나거나(노딜) 둘 중 하나다. 노딜을 피하려면 이번 주에는 정말로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메이 총리가 의회에 책임있는 행동을 촉구하면서도 “시간이 없으니 합의문을 승인해달라”고 종용한 것이다.
메이 총리는 “나와 정부의 생각은 당연히 EU를 떠나는 것이다. 이는 브렉시트를 이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합의문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만 의회에서 새로운 접근, 새로운 방안들을 논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6년) 국민투표 당시 사람들은 당 노선을 따라 표를 던지지 않았다. 그리고 알다시피 나는 대중들이 정치인들에게 더 자주 함께 일하길 바란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메이 총리는 전날 “보수당과 (연정 파트너인)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으로부터 과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없다면, 남은 선택지는 초당적 접근뿐”이라며 노동당과의 협력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메이 총리가 지난 1일 하원 의향투표에서 EU 관세동맹 잔류안이 3표차에 그친 것을 보고, 과반 지지 확률을 높이기 위해 정치적 도박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메이 총리는 이날 영상에서 “정치 이슈 측면에서 나 역시 노동당이 요구하는 많은 것들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유로운 이동을 막고, (EU와의) 좋은 합의를 보장하고, 일자리와 안보를 보호해야 한다는 점 등 일부 사항에 대해선 공감한다”며 “우리는 (여전히) 대화중이며 의회에서 동의할 만한 좋은 합의안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양측 모두 양보해 타협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나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브렉시트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를 좋은 방법으로 이행하고 싶다. 사람들의 삶을 혼란에 빠뜨리고 싶지 않다”면서 “일자리와 안보를 보호하고 영국을 보호하는 것, 그것이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CNN은 “그것(도박)은 그녀의 총리로서의 마지막 도전이 될 것”이라며 “지난 주부터 노동당과 새로운 브렉시트 합의안을 모색하고 있는 메이 총리는 하원에서 다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때까지 앞으로 몇 시간, 또는 며칠 동안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 도날드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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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EU 정상들에게 공이 넘어간 상태다. 영국을 제외한 27개 EU 회원국 정상들은 오는 10일 긴급 정상회의를 열고 영국이 요구한 브렉시트 연기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정상회의 전에 영국 내부적으로 EU가 요구한 절차적 요건(합의문 의회 통과)을 충족시킬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메이 총리와 노동당 간 협상이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앞서 메이 총리는 지난 5일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브렉시트 시한을 오는 6월 말까지 늦춰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만장일치 지지를 얻어야 하지만 많은 회원국들이 더 이상 단기간 연장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프랑스는 아예 노딜 브렉시트를 전제로 준비 기간 2주만 늘려줘야 한다며 영국을 압박하고 있다.
EU는 애초 제시했던대로 12일 노딜 브렉시트 또는 유럽의회 선거 참여 후 장기간 연장하는 방안 중 하나를 택일하라고 되풀이했다. 기간 연장을 원한다면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면 된다는 것이다. EU 고위 관계자들은 “이미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줬지만 영국 정치권은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했다”며 영국 정치권의 무능함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EU는 메이 총리에게 1년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메이 총리가 제시한 단기 연장은 미봉책에 불과해 같은 사태가 반복될 우려가 있다고 EU 정상들은 판단하고 있다.
한편 메이 총리가 이날 영상을 게재한 것은 EU 측에 자신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즉 진정성을 보이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퀸메리대학의 팀 베일 정치학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메이 총리가 하고 있는 일이 좋은 신념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EU에 부각하려는 의도가 있다”면서 “메이 총리는 대외적으로는 진정성을 증명하고, 대내적으로는 그의 합의안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또다른 게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