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급 전기차가 2400만원…현대차 '아이오닉 V' 中 공략 승부수
by이배운 기자
2026.09.29 14:38:12
CATL·모멘타 등 中 기술·공급망 총동원
현지 전기차보다 낮은 가격으로 정면승부
2030년 中 내수·수출 연간 50만대 목표
中 생산 차량 유럽·중동 수출도 추진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현대자동차가 중국에서 전기 세단 ‘아이오닉 V’를 공식 출시한다. 쏘나타급 차체와 최대 650㎞의 주행거리, 첨단 사양을 갖추고도 가격을 2000만원대로 책정하며 중국 전기차 시장 재공략에 나선다.
2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는 이날 현지에서 아이오닉 V를 공식 출시한다. 사전판매 가격은 트림에 따라 11만 9900위안~13만 9900위안(약 2400만원~2800만원)으로 책정됐다.
아이오닉 V는 기존 글로벌 모델을 중국 시장에 맞게 일부 변경한 차량이 아니라 개발부터 부품 조달까지 현지화한 중국 전략형 모델이다. 베이징자동차와 공동 개발한 플랫폼에 CATL의 배터리, 모멘타의 주행보조 기술, 중국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했다. 현지 기술과 공급망을 적극 활용해 개발 기간과 부품 조달 비용을 줄이고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했다.
차체 크기는 전장 4900㎜, 전폭 1890㎜, 전고 1470㎜로 쏘나타와 비슷하다. 실내는 호라이즌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27인치 4K 디스플레이 등 첨단 사양을 대거 기본 적용했고,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최대 650㎞에 달한다. 차량용 AI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에도 현지 기술을 적극 활용했다.
아이오닉 V의 가격은 차체 크기가 비슷한 BYD ‘씰’, 지커 ‘007’ 등 중국 현지 전기차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가격 경쟁력과 상품성을 동시에 앞세워 중국 업체들과 정면 승부를 벌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흥행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소비심리 위축과 지원 정책 변화로 수요가 둔화한 가운데 현지 업체 간 출혈 경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폭스바겐과 제너럴모터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현지 업체에 주도권을 내주며 고전하는 상황이다.
현대차의 중국 판매량은 2016년 114만대로 정점을 찍었지만, 이듬해 사드 사태에 따른 한한령 여파로 급감해 지난해에는 21만 15대에 그쳤다. 그동안 베이징 1공장과 충칭공장을 매각하는 등 현지 사업 기반도 크게 축소한 만큼 판매망과 브랜드 입지를 회복하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럼에도 현대차가 중국 시장 재공략에 나선 것은 중국이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차 시장인데다 첨단 기능에 대한 소비자 수용도가 높아 미래차 신기술을 개발하고 검증할 전략적 거점으로서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소프트웨어중심차(SDV) 경쟁에서는 다양한 운행 환경에서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차량 성능 개선에 신속하게 반영하는 역량이 중요하다.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현지 판매 기반뿐 아니라 미래차 기술 경쟁에서도 뒤처질 수 있다는 게 현대차의 판단이다.
현대차는 중국의 기술·공급망을 활용해 개발한 차량을 유럽과 중동 등 해외 시장으로 수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중국 사업의 중심축을 내수 판매에서 글로벌 전략차 생산·수출로 확장해 기존 생산시설의 가동률과 사업성을 함께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V를 시작으로 향후 5년간 중국 시장에 신차 20종을 투입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신규 전동화 SUV를 선보이고, 이후 중대형 순수전기차와 주행거리연장형 전기차(EREV)까지 제품군을 확대한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중국 내수 판매와 수출을 합친 연간 판매량을 50만대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