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정상화 갈 길 먼데…조선업계 발목잡는 정치논리

by남궁민관 기자
2018.04.11 17:49:51

지난 5일 오전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권명호 동구청장, 안효대 전 의원, 시·구의원 등이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삭발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6월 지방선거를 60여일 앞두고 정치권의 국내 조선업계 때리기가 다시금 심화되는 모양새다. 각 조선업체들은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을 이어가는 가운데, 지역 민심을 얻기 위한 정치 논리가 이 틈을 파고들고 있는 것. 조선업계 내에서는 자칫 경영정상화 작업에 차질을 빚을까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009540)이 오는 16일부터 29일까지 근속 10년 이상 사무직 및 생산기술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울산 지역 정치권이 격한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5일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삭발식을 진행했다. 안효대 당협위원회 운영위원장은 “현대중공업은 주민과 노동자를 다 죽이는 인력 구조조정 계획을 즉각 철회해달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동구지역위원회 및 동구지역 예비후보들 역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눈앞의 불황을 핑계로 정리해고를 강행하려는 무모한 행위를 즉시 중단하라”고 주장하며 현대중공업을 압박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은 희망퇴직 실시는 변함없지만, 지역 정치권의 반발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유휴인력은 3000여명 수준으로 일감이 하나도 없는 해양플랜트뿐 아니라 조선부문도 일감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로, 정치권의 주장과 달리 중장기적 생존을 위한 조치”라며 “이번 희망퇴직은 인위적 구조조정이 아닌 자발적인 참가를 기본 전제로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미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7월 군산조선소의 가동중단 실시 당시에도 지역 정치권의 정치논리에 시달린 바 있다. 군산조선소를 재가동하라는 지역 정치권의 압박은 울산조선소 희망퇴직이 실시되는 현재까지도 진행형이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군산조선소가 연내 재가동할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마저 떠돌고 있는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042660)의 경우 대표이사 사장 선임과 관련 정치권의 개입 등 여러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에 선임될 대표이사 사장의 경우 2020년까지 자구안 실천을 마무리 짓고 경영정상화를 완성하는 역할을 맡게 되는만큼, 이같은 잡음은 대우조선해양 내부에 큰 불안감으로 작용한다.

현재 정성립 사장은 지난 2015년 5월부터 대우조선해양을 이끌며 구조조정과 실적 등 양호한 성적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조 역시 정 사장의 연임을 지지하고 있다. 다만 오는 5월28일 임기 종료와 함께 연임 여부 결정을 앞두고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일부 정치권에서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 제동이 걸렸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역 조선소를 거점으로 수많은 직원들을 고용하는 조선업의 특징상 늘상 지역 정치권과의 갈등은 이어져왔다”며 “지역 경제 및 직원들을 보호하는 정치권의 목소리는 충분히 존중하지만, 표심 등 정치적 이익을 노리고 잘못된 정보와 사실로 혼란을 주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