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임종헌, 보석 공방…"방어권 보장" vs"증거 오염"

by남궁민관 기자
2020.03.10 17:26:45

9개월 만 1심 재개…"불구속 재판 받게 해달라"
16개월째 구속, 건강문제, 형평성 등 이유 들어
檢 "영향력 충분…타 증인과 말 맞출 우려 있다"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사건 핵심 인물로 증거 오염 가능성이 충분하다” “공소 사실을 다툰다고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 봐선 안 된다”

1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재판장 윤종섭) 심리로 진행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보석 심문에서 검찰과 임 전 차장 측은 `증거인멸 우려`를 두고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임 전 차장 측은 “법리상 이유로 무죄를 주장할 뿐, 진술 증거 대부분을 인정하고 있다”면서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검찰 측은 “가뜩이나 재판이 장기화 하고 있는 마당에 사법농단 사건 핵심 인물을 풀어준다면 다른 증인들과 적극적으로 말을 맞출 우려가 있다”고 강하게 반대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5월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우선 임 전 차장 측은 형사소송법상 보석을 허가하지 않는 6가지 사유를 들며 보석을 허가해 줄 것을 요청했다.

형사소송법 제95조에 따르면 △사형·무기·10년 이상 징역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경우 △누범·상습범 △증거인멸 우려 △도주 우려 △주거 불명 △피해자나 참고인을 해할 염려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석을 허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임 전 차장 측은 “5가지는 해당 사항이 없고 증거인멸이 쟁점으로 보인다”며 “법리상 이유로 무죄를 주장할 뿐, 진술 증거 대부분을 인정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향후 증인들의 증언도 인정하는 취지라 증거인멸 우려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2018년 10월부터 1년 4개월째 장기간 구속돼 있고, 고혈압 등 질환이 있다는 점을 들어 보석 청구를 받아줄 것을 호소했다.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사법농단 관련 다른 피고인들과 형평성도 고려해 줄 것을 당부했다.

반면 검찰은 “구속 이후 묵비권을 행사하며 범행을 전면 부인하는 데 더해 상급자들과의 공모 관계도 함구하고 있다”며 “구속 사유가 소멸했다고 볼만한 사정 변경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사법농단의 전 과정을 계획한 핵심 인물로 대부분의 범죄사실에 광범위하게 개입했다”면서 “고위급 실무자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던 피고인이 불구속 상태가 되면 증인들과 적극적으로 말을 맞춰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피고인이 부동의한 진술은 인멸이나 조작에 취약하다”며 “재판이 장기화 하면서 주요 증거가 오염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것을 고려해달라”고 강조했다.

만약 보석을 허가하더라도 주거지를 제한하고, 사건을 아는 사람 혹은 증인과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받으면 안 되며 변호인이나 제삼자를 통한 증인들과의 접견·통신도 금지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양측 의견을 면밀히 검토한 뒤 보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통상 보석 허가 신청 사건은 심문 이후 7일 이내 석방 여부가 결정된다. 임 전 차장의 다음 재판은 오는 16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