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치른 잠룡들…이재명·김경수 ‘선방’, 박원순 ‘타격’

by김미영 기자
2018.10.24 16:48:28

박원순,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건 등에 野 파상공세 당해
평화당 의원마저 “대권 뜻 있어서 부동산정책 엇박자 내나”
이재명·김경수 국감, 새 이슈 없이 정치공세 ‘재탕’
야권선 유승민, 경제전문가 면모…원희룡, 26일 국감 앞둬

박원순 서울시장(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차기 대선주자급 광역단체장들이 올해 첫 국정감사를 치렀다.

특히 ‘잠룡’ 다수가 광역단체장에 포진한 여권에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은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교통공사의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들 세 단체장 중 박 시장은 18일 행정안전위, 22일 국토교통위 국감에서 서울시 산하기관으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서울교통공사의 채용비리 의혹을 둘러싼 야당 공세에 곤혹을 치렀다. 문재인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 구의역 스크린도어사고 이후 안전직 보강 등의 이유로 올 3월 무기계약직 1285명을 정규직 전환했으나 이 가운데 108명 이상이 기존 직원의 친인척으로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친인척 특혜채용 의혹 파장이 커진 와중에 열린 국토위 국감은 오전10시부터 자정까지 14시간 동안 이어졌고, 박 시장은 자유한국당 등 야당과 공방을 주고 받았다. 한국당은 서울시 산하기관의 전수조사를 압박했고, 박 시장은 감사원 감사를 요청했다면서 맞섰다. 박 시장은 국감 말미에 “온종일 공방이 오갔지만 정규직 전환자 중 노조 비리가 있었다거나 권력형으로 채용시킨 사례가 발생한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따졌고, 페이스북을 통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무임승차라고 손가락질 할 수 있습니까”라고 반격하기도 했다.

그러나 야당은 서울의 집값 폭등 문제와 여기서 파생된 국토교통부와의 부동산 정책 ‘엇박자’ 논란 등 박 시장의 다른 ‘아픈 곳’을 찔러댔다. 범여권으로 불리는 민주평화당의 윤영일 의원이 “나라에선 집값 잡겠다고 나서는데 박 시장은 대권에 뜻이 있어서 그런 게 (정부와 다른 정책을 펴는 게) 아니냐”고 질타할 정도였다.



왼쪽은 이재명 경기지사, 오른쪽은 김경수 경남지사(사진=연합뉴스)
3선 연임하면서 지난 도정까지 냉정히 평가 받아야 했던 박 시장과는 달리, 이번에 처음 도백 자리에 오른 이재명, 김경수 지사의 경우 임기를 불과 4개월여밖에 보내지 않아 상대적으로 국감에서 추궁당할 행정 책임 범위가 작았다. 대신 야당은 선거 전부터 두 지사의 발목을 잡아왔던 논란들을 ‘재탕’하는 정치공세로 감사를 채웠다.

이재명 지사에겐 김부선씨와의 스캔들 논란, 형수 욕설 논란 등이 다시 제기됐으나 야당의 공세는 예상보다 무뎠다는 평이다. 실제로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은 이 지사에 대한 녹취 2건을 국감장에서 틀겠다고 엄포를 놓고는 정작 질의시간엔 ‘국민정서’를 들어 틀지 않았다. 오히려 이 지사는 더불어민주당 일각의 탈당권유, 경찰 압수수색 등에 대한 소회를 묻자 “인생무상”이라고 답하며 웃어넘기는 등 시종 여유로운 모습으로 ‘판정승’을 끌어냈다.

김경수 지사의 경우, 대선과정 댓글조작 혐의를 받는 ‘드루킹’과의 연관성을 캐묻는 야당의 집요한 공세에 시달렸다. 김 지사가 택한 방식은 정면대응이었다. 김 지사는 드루킹 관련 질의를 하는 야권 의원들을 향해 “개인 김경수 국감이 아니다” “허위사실과 잘못된 내용을 면책특권을 활용해 밝힌 거라면 대단히 유감”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 지사와 마찬가지로 김 지사에 대한 국감도 기존 의혹을 둘러싼 새로운 쟁점거리가 나오지 않으면서 ‘싱겁게’ 끝났다는 평가다. 다만 두 지사는 검찰조사를 받고 있어, 국감 이후에도 야당 공세에서 자유로울 순 없는 처지다.

야권에선 무소속인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오는 26일 행안위 국감을 앞두고 있다. 바른미래당에선 유승민 의원이 기획재정위 감사에서 소득주도성장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모처럼 ‘경제전문가’ 면모를 과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잠룡으로 불리는 황교안 전 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이 모두 직을 맡고 있지 않아 이번 국감에선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