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양보에도 한국당 "무조건 드루킹 특검"…개헌·추경 발목
by유태환 기자
2018.04.24 17:30:25
與, 바른미래 제안 檢특수본도 수용 가능 선회
하지만 한국당 특검 고수에 국민투표법 무산
다만 남북정상회담 앞두고 물밑협상 기류도
與 "추경 처리 등 보장되면 5월 국회도 검토"
| 24일 오전 드루킹 댓글조작이 일어난 현장으로 지목된 경기도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 앞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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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4일 “6월 개헌 무산”을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실시’의 전제조건인 국민투표법 개정 시한으로 제시한 전날까지 국민투표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 역시 ‘6월 개헌 무산’ 입장을 밝힌 만큼 당분간 개헌 이슈보다는 사흘 앞으로 다가온 남북정상회담과 추가경정예산(추경) 처리 등 다른 현안에 힘을 실을 예정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민주당원 등의 대통령선거 불법 댓글공작 및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법’(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특검) 수용 없이는 국회정상화를 포함한 모든 합의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인 만큼 향후 여야의 접점 찾기도 난항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국회정상화와 추경 처리 등이 담보된다면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내놓은 ‘검찰 내 특수수사본부 설치를 통한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수사’ 중재안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 오후 있었던 교섭단체 원내대표단 회동에서 표명했던 “경찰 조사결과를 보고 미진하면 특검 수용”이라는 태도나 특임검사 정도의 안을 제시한 것에 비해 전향적인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국정운영 관련 무한책임을 지는 집권여당으로서 어떻게든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초당적 협력과 각종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해 최대한 양보하겠다는 성의 표시로 해석된다. 하지만 한국당이 특검을 고집하면서 결국 국민투표법 막판 합의도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투표법 개정 시한이었던 어제,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야당 설득에 최선을 다했다”며 “제 모든 것을 걸겠다는 각오로 야당과 마지막 담판에 임했다. 국회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바른미래당의 마지막 제안까지 어렵게 수용했음에도 한국당이 이마저도 걷어차고 말았다”고 성토했다. 반면 비슷한 시각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드루킹이 운영한 출판사인 경기 파주 ‘느릅나무’ 앞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를 통해 “우원식 원내대표는 조건 없이 국회를 정상화하자고 하는데 차라리 솔직하게 조건 없이 한 번 봐달라고 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는 충고마저 해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반발했다.
김 원내대표는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특검이 수용되면 당장 국회를 정상화할 것”이라며 “그렇게 중요한 추경 문제, 또 민생법안 문제에 대해 얼마나 민주당이 강조를 했느냐. 그런데 특검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것은 추경과 민생법안을 처리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민주당은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검 수용이 모든 협상의 전제조건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이 검찰 특수본을 통해 수사하고 그마저도 미진하면 특검을 추진하는 방안에 상당히 공감대를 형성한 상황에서 한국당만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집권여당인 민주당 역시 바른미래당이 제안한 이런 중재안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마당에 제1야당이 한 발짝도 양보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정의당 역시 의원총회를 통해 지금 당장 특검도입은 시기상조라고 재차 확인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특검은 (기존) 수사가 미진하면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방송법을 시작으로 댓글조작 사건에 이르기까지 바른미래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의 중재안에 번번이 양보하는 데 한국당만 요지부동 태도를 보이는 것에 상당히 격앙된 분위기다. 검찰 특수본까지 받아들인 만큼 더 이상의 양보보다는 당분간 한국당과 강대 강 대치를 이어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국당을 제외한 바른미래당 등 야권과 공조해 국회를 정상화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현실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다만 여야 모두 남북정상회담과 추경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한 부담이 상당해 막판 타결가능성과 물밑협상 기류도 읽힌다. 또 당장 국회정상화가 이뤄진다 해도 4월 임시회에서 추경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간 만큼 5월 임시회 얘기도 나오기 시작했다.
민주당 원내핵심관계자는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추경과 민생법안 처리가 보장만 된다면 우리는 5월 임시회도 검토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런 게 담보돼야 국회를 여는 것이지 야당이 5월 국회만 열어놓고 계속 정치공세의 장으로 악용하려고 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