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하반기 어렵네” 파업·실적악화·결함논란 3중고

by김보경 기자
2016.10.10 17:37:09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파업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자동차(005380)가 결함논란과 실적악화로 그 어느때보다 어려운 하반기를 보내고 있다.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일 재계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파업 때문에 올해 판매목표(501만대)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3조원에 달하는 생산손실을 가져온 노조의 파업은 아직까지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엔진 제작결함과 에어백 미작동에 은폐 의혹에 대한 정부 조사와 검찰 수사까지 이어지면서 품질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지난달 현대차의 내수점유율은 32.3%로 사상 최저치였던 지난달 33.8%보다도 더 하락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내수 점유율이 40% 밑인 39.0%를 기록한 이후 올들어서는 계속 하향 추세다.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종료에 따른 내수 판매 감소는 자동차업계 공통의 악재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수입차가 폭스바겐 사태로 인해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국산차들은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데 현대차는 오히려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의 합산점유율도 62.1%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전 최저치였던 2006년 7월 62.7%보다도 0.6%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특히 상용차를 제외한 승용차 시장에선 동생인 기아차에 3개월 연속 판매 실적이 뒤졌다. 지난달 승용차 판매량은 현대차가 3만2164대, 기아차는 3만4906대였다.

이러한 실적 저조는 신차부족과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이 원인이다. 르노삼성자동차의 SM6, 한국GM의 말리부, 쌍용자동차의 티볼리 에어 등 다른 업체들이 신차효과를 거둔 가운데 현대차는 실적을 견인할 만한 신차가 없었다. 여기에 올해 임금협상에 따른 노사 갈등으로 노조의 파업이 길어지면서 생산차질 13만1851대, 매출 손실액 2조9000억원의 사상 최대의 파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이 악재는 4분기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정 사장의 말처럼 올해 판매목표 달성이 어려운 것 뿐 아니라 판매대수가 오히려 전년보다 줄어들 수도 있다.



내부고발에서 비롯된 현대차의 제작결함 문제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됐다.

국토교통부는 현대자동차 세타Ⅱ 엔진에 대해 제작결함 조사에 착수했다. 이 엔진을 탑재한 2011~2012년형 쏘나타를 미국에서는 리콜하고 수리비용을 전액 배상하기로 합의해놓고 국내에는 리콜을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엔진의 안전문제를 조사하기로 한 것이다. 현대차는 “미국에서는 엔진 생산 공장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국내에는 같은 엔진이 들어갔지만 생산환경, 부품 수급이 달라 리콜 대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국토부는 또한 현대차가 작년 6월 생산된 싼타페 2360대에서 조수석 에어백 미작동 가능성 결함을 발견하고도 적법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이미 결함을 파악하고 차량에 대부분 필요한 조치를 했다”며 “실무자가 행정 착오로 당국에 신고를 누락했을 뿐 은폐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현대차의 이러한 해명에도 일단 정부 조사와 검찰 수사가 시작된 만큼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품질논란에 따른 이미지 실추로 판매 등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올해들어 총 24차례 파업을 진행했던 현대차 노조는 10월 첫째주 파업을 잠시 멈췄지만, 11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소집해 파업계획을 다시 세울 예정이다. 노조는 사측이 이번주 실무교섭에서 변화된 입장을 보이지 않으면 파업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이 재개될 경우 정부의 긴급조정권이 발동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재개하면 장관에게 주어진 모든 방안을 실행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1억원 가까운 연봉을 받는 근로자들이 협력업체 근로자를 외면하는 실망스러운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