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진우 기자
2015.10.20 16:38:46
20차 이상상봉 90대 이상 남측 가족 1명뿐…19차 상봉은 25명
"이산상봉 정례화하거나 최소한 서신 교환, 화상 상봉 이뤄져야"
[금강산=공동취재단·이데일리 김진우 장영은 기자] 20~22일 금강산에서 열리는 제20차 남북 이산가족상봉에서 남측 가족 최고령자는 김남규(96) 할아버지다.
북측에 있는 여동생(83)을 만난 김 할아버지는 이번 이산상봉에 건강 문제로 두 딸과 동행했다. 김 할아버지는 고령에다가 몇 년 전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 귀가 잘 들리지 않고 의사소통이 힘들다. 김 할아버지는 이번 이산상봉에서 유일한 90대다.
김 할아버지의 딸인 김경숙(63) 씨는 “아버지가 귀가 잘 안 들려 의사소통이 거의 안 된다”며 “아버지와의 의사소통은 글을 써서 보여드리며 한다”고 말했다.
2014년 2월 20일부터 사흘간 금강산에서 열린 제19차 이산상봉 1회차 83명(동반가족 60명)의 남측 가족 가운데 90세 이상은 25명이었다. 지난 이산상봉에서 30% 가량이었던 90대 이상 가족의 비율은 이번에 불과 1% 수준(1명)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번 행사에서 부부 상봉은 남측 이순규(85) 할머니와 북측 오인세(83) 할아버지, 남측 이옥련(88) 할머니와 북측 채훈식(88) 할아버지 등 둘 뿐이다. 시간이 갈수록 헤어진 부부간, 부모자식간 재회하는 비율은 급격히 줄고 얼굴도 한 번 본 적이 없는 조카, 삼촌 등의 만남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시간이 갈수록 이산가족들의 고령화 문제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며 “1차 상봉이 있었던 2000년 60~70대가 대부분이었던 이산가족들이 이제 고령화되면서 점차 상봉 기회 자체를 상실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9월 말 기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된 이산가족찾기 신청자는 13만 409명으로 이 가운데 생존자는 6만 6488명, 사망자는 6만 3921명으로 집계됐다.
이산가족 생존자 가운데 90세 이상은 7781명(11.7%), 80대가 2만 8063명(42.2%)으로 80대 이상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의 경우 불과 10년만 지나도 사망이나 건강 문제 등으로 상봉 기회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남북 당국이 정치적인 차원의 접근에서 벗어나 인도적인 문제로 이산상봉을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적십자 관계자는 “남북이 수시로 이산상봉을 하거나 정례화를 해야만 한다. 최소한 전면적 생사 확인과 서신 교환, 화상 상봉이라도 이뤄져야 한다”라며 “시간이 지나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