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학생들, '선택적 패스제' 요구 시위

by김보겸 기자
2020.06.23 19:54:25

23일 서울캠퍼스에서 학교 규탄 집회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한양대 학생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학사운영 과정에서 학교 측이 불통으로 일관했다며 학교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23일 한양대학교로 이어지는 한양대역 2번출구에 ‘사자(한양대)는 소통하고 싶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김보겸 기자)
23일 오후 한양대 학생 300여명은 서울캠퍼스에 모여 이들은 “학교가 감염 우려에도 대면 시험을 강행하더니 상대평가로 학생들을 줄 세우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며 “우리는 학교의 ATM이 되려고 입학한 게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대면 시험은 부정행위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대면 시험을 실시해 다수 학생들을 한 공간에 몰아넣은 결과, 600여명의 학생들이 자가격리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게 이들 설명이다.

실제 지난 주 대면 시험을 보러 학교에 나온 이동석(20)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학생은 “열이 나고 기침하는 학생들도 시험을 보게 하더니 시험 강의실에서는 거리두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옆으로만 거리두기를 했을 뿐 앞뒤 간격은 30cm 정도로, 코로나19 이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며 학교 측이 대면 시험을 밀어붙이면서도 방역에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학교 측의 결정으로 600여명의 자가격리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류덕경 한양대 교육정책위원장은 “실제로 시험을 보러 나왔다가 학교가 보낸 자가격리 문자를 받고 다음 시험을 보러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학생도 있었다”며 “이런 학생들은 비대면 시험을 보는 대신 기준이 엄격한 과제를 함께 제출해야 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애초에 학교 측이 ‘대면 시험을 실시하는 대신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것과 말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23일 한양대 학생들이 한양대 서울캠퍼스 본관 앞에서 공동행동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김보겸 기자)
학생들은 이러한 불통의 원인으로 현재의 감염병관리위원회(감관위) 구조를 꼽았다.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학사일정을 결정하는 기구인 감관위가 모두 교수로만 구성됐기 때문에 학생들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학생처장과 교무처장 등으로 구성된 감관위를 없애고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 교수와 학생의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1학기 성적을 ‘선택적 패스제’로 평가해 달라고도 요구했다. 선택적 패스제는 교수가 A, B, C 등으로 부여한 성적을 학생이 그대로 받을지 ‘패스(pass)’ 처리로만 받을지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한편 인근 건국대에서 논의 중인 ‘2학기 등록금 일부 감면’에 대해 한양대 측은 “지금같은 불통 상황에서 등록금 반환까지 요구할 처지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