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몰리는 베트남펀드‥수익률 부진 딛고 부활할까

by김윤지 기자
2019.08.08 17:51:51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 대체제로 급부상
수익률 보다 성장성, 꾸준한 자금 유입 ‘눈길’
글로벌증시 하락장에 선방…“매력적인 장기투자 시장”

표=에프앤가이드 제공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베트남 펀드 쏠림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올들어 수익률이 다른 지역 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편이었지만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베트남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란 기대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의 경제성장세나 시장 개방에 따른 외국인 자금유입 기대감 등을 감안할때 장기적으로는 베트남 펀드에 투자할만하다고 조언한다.

8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7일 기준 설정액 10억 원 이상 베트남펀드 20개의 설정액은 연초 이후 1501억 원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중국 펀드에서 6368억원, 북미에서 1880억원, 유럽에서 1845억원, 러시아에서 1194억원의 자금이 유출된 것과 대조적이다.

그동안 베트남 펀드의 수익률은 인기에 미치지 못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6.17%로 개별 국가 가운데 일본, 인도 다음으로 저조하다. 같은 기간 동안 러시아 펀드는 21.71%, 북미와 중국 펀드는 각각 16.73%, 17.27% 수익률을 올렸다.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여준 베트남 증시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870대까지 떨어졌던 베트남VN지수는 올해 일시적으로 1000선을 회복하기도 했으나 960~980 박스권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그럼에도 자금이 꾸준히 유입된 데에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베트남은 중국 대체지로 떠오르고 있다. 베트남은 전 세계 의류·신발 수출시장 점유율 6.4%를 차지하는 등 글로벌 소비재 공급체인의 일원이다. 중국의 미국에 대한 수출이 급감하기 시작한 지난해 11월 이후 미국 수입시장에서 베트남의 점유율이 0.4%포인트 상승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9월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물품에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있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향후 관세대상 품목에서 소비재의 비중이 더욱 늘어날 경우, 무역 분쟁에서 얻게 되는 반사이익도 비례해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금만 몰릴 뿐 수익률은 별로’라는 꼬리표가 붙었던 베트남 펀드에도 변화의 조짐이 포착됐다. 전 세계적으로 변동성이 컸던 최근 한 달 동안 베트남 펀드는 -0.2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인도 펀드는 수익률 -9.18%를 기록했다. 최근 1주일로 간격을 좁히면 베트남 펀드는 -1.19%로 가장 손실률이 낮았다.

이대원 한국투자신탁운용 글로벌운용팀장은 “베트남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신흥국 중에서 환율과 경제, 정치가 안정된 나라인 만큼 외국인들도 주목하고 있는 투자처”라면서 “향후 이머징 마켓과 유사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달러 약세가 진행되면 베트남 증시에 외국인 투자자금이 추가 유입되면서 시장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은 장기투자 관점에서는 여전히 투자할만 하다고 보고 있다. 박종관 미래에셋운용 리테일마케팅본부 수석매니저는 “올해 연말에 예정된 외국인 투자제한 완화와 국영기업 민영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외국인 투자금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변동성이 큰 시장이지만 높은 성장성에 있어 장기적 관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