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개헌안 발의]與野 '8인협의체' 가동키로..한국당은 '장외투쟁' 병행

by이승현 기자
2018.03.26 17:09:12

與 "국회의 시간 한달여 남아..머리 맞대는 게 도리"
한국 "靑, 반나절짜리 심사·의결해 국회로 던졌다"
원내대표 회동서 '2+2+2' 회담 합의..평화·정의 곧 참여
권력구조·선거구제·권력기관·개헌투표일 등 논의

26일 국회에서 열린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참석 의원들이 정부의 개헌 발의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이 발의되면서 정치권은 격랑에 휘말렸다. 여당은 시간이 촉박하다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고, 야당은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된 만큼 국회 역시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는 상황이다. 여야는 여당이 제안한 ‘8인 협의체’를 통해 국회 개헌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개헌과 관련해 오늘부터 본격적인 국회의 시간이 시작된다”며 “한 달 정도 남은 기간에 여야가 오직 국민과 국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머리를 맞대고 국회 개헌안을 만드는 것이 국회의 역할이고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촉구했다. 우 원내대표의 발언은 청와대에서 5월 초까지 국회 개헌안이 마련되면 대통령 개헌안을 철회할 수 있다고 밝힌데 따른 것이다.

반면 자유한국당을 위시한 야당들은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된 것 자체를 두고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확대원내대책회의에서 “3일에 걸쳐서 홈쇼핑 광고하듯 개헌 TV쇼를 벌인 청와대가 법제처 심사도 하는 둥 마는 둥, 국무회의도 하는 둥 마는 둥 관제개헌안을 국회로 던졌다”며 “나라의 틀을 바꾸는 개헌안을 놓고 반나절짜리 심사와 의결을 거쳐 국회로 넘긴다는 것은 이 정권이 개헌을 얼마나 가볍고 우습게 여기고 있는지 보여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도 “대통령 개헌안 발의의 과정과 절차를 보면 제왕적 대통령의 권위주의와 교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은 개헌안을 발의해 ‘공 던지듯 국회에 던질테니 니들은 공을 차든지 받아내든지, 처리하든지 말든지’ 식의 사실상 무책임한 겁박 행위를 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 역시 “수차례에 걸쳐 대통령 개헌안 발의를 중지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대통령은 귀를 막고 있다”며 “개헌의 기회가 날아간다면 발의를 강행한 대통령과 무능력한 여당, 대안없이 반대만 하는 제1야당이 역사에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한국당은 이와 관련해 장외투쟁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회 일정을 파행시키는 형태가 아닌 당 지도부가 전국을 돌며 대통령 개헌 발의의 부당함을 알리고 이를 위한 국민투쟁본부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례회동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 의장,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하지만 대통령 개헌안이 국회로 넘어온 만큼 여야는 국회 개헌안 합의를 위해 애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5월 4일까지 국회 개헌안을 발의하지 않으면 국회는 대통령 개헌안에 대해 손도 대지 못하고 찬반 투표만 하는 ‘들러리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된다.

실제로 민주당과 한국당, 바른미래 등 원내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세균 의장과 가진 회동에서 ‘2+2+2’ 회담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와 헌정특위 간사가 참여해 국회 개헌안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또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역시 교섭단체 구성을 완료하면 참여하기로 했다. 우 원내대표가 제안한 여야 5당 교섭단체 4곳에서 총 8인이 참여하는 ‘8인 협의체’가 사실상 구성된 것이다.

이 회담에서는 △권력구조 개편 △선거구제 개편 △권력기관 개혁 △헌법개정 투표일 등 4가지 쟁점에 대해 논의한다. 큰 쟁점 사안만 합의점을 찾으면 세부적인 내용은 기존의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위에서 논의하면 된다는 게 여야 지도부의 생각이다. 본격 협상은 시간이 촉박한 만큼 내일(27일) 바로 시작하기로 했다. 또 내달 2일부터 열리는 4월 임시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 관련 연설을 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우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개헌 발의를 한 것이 결과적으로 국회의 개헌 논의를 촉진시킨 게 됐다”며 “한국당도 논의 안 하고 장외투쟁만 하다가 반개헌세력이 되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이고, 그러니 논의가 활성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자체 개헌안이 필요하다”고 협상조건을 제시했다. 그는 “민주당은 대통령 개헌안이 곧 민주당안이다 이런 입장이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대통령 개헌안은 발의가 되면 국회에선 수정하지 못한다. 이는 국회서 협상하지 말자는 이야기”라며 민주당의 독자적인 개헌안을 요구했다. 이어 “앞으로 민주당이 자체안을 가지지 못하면 국회차원에서 국민개헌안을 만드는데 많은 시련과 난관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