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선상원 기자
2016.02.25 17:14:44
더민주, 새누리당에 협상 촉구… 인권침해 막을 장치 마련되면 협조
중재자 자처한 국민의당, 정보위 전임 상임위화·감청제어 방안 제시
새누리당 “협상 여지 없다” 일축… 정보위 전문위원 확충은검토 가능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테러방지법 처리를 막기 위한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여야가 물밑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내일 본회의 처리가 예정된 총선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처리도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들의 기본권 침해와 국가정보원의 권한 남용 가능성 등 테러방지법의 문제점을 널리 알렸다고 판단한 더불어민주당은 25일부터 새누리당에 공식 협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날부터 물밑 접촉을 벌여온 더민주는 테러방지법의 독소조항을 개선하면 법안 처리에 협조하겠다며 한발 물러서기까지 했다.
이목희 더민주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테러방지법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이 법에 있는 독소조항을 고치자는 것”이라며 “테러방지법과 관련해 국정원개혁특위에서 합의했던 정보위원회 상설화, 그리고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포함해서 국정원의 권력남용과 인권침해를 감시, 감독할 수 있는 일정한 장치가 마련된다면 법안처리에 협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민주, 부칙 2조 중 통비법 개정 사항 삭제 요구 = 더민주가 꼽고 있는 독소조항은 크게 세 가지다. △부칙 2조2항에 따른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에 의한 영장없는 무제한 감청 △국정원에 정보수집권 외에 조사 및 추적권 부여 △국정원에 대한 견제, 감독 장치 부재 등이다. 김기준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부칙 제2조2항은 국정원의 오랜 숙원사업인 무차별적 감청 확대방안으로 반드시 삭제되어야 하고 대테러조사와 추적권을 국정원이 아니라 총리 소속의 대테러센터가 가지게 해야 한다”며 “국정원이 정보수집 및 분석에다 조사, 추적권까지 쥐게 될 경우 사실상 독재정권의 안기부가 부활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중재자를 자처하고 나선 국민의당도 테러방지법 수정에는 한 목소리를 냈다. 다만 무제한 감청부분이 보완되면 더민주도 필리버스터를 종결하고 법안 처리에 협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무제한 감청 부분에 대해서 더민주의 우려가 큰 것 같은데, 그 부분만 좀 보완되고 수정된다면 더민주에서도 받아야 한다”며 “우리당의 제안이 (정의화 의장과 여당에) 받아들여짐에도 불구하고 더민주가 받지 않는다면 필리버스터를 종결할 수 있는 5분의 3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협조를) 검토하겠다”며 밝혔다.
국회법상 무제한 토론을 종료하려면 재적의원 5분의3 이상(176명)이 동의해야 한다. 새누리당 의원(157명)과 국민의당 의원(17명)을 합하면 174명으로, 더민주에서 2명만 이탈하면 종료가 가능하다. 국민의당 중재안은 △국정원의 정보수집권-감청권-조사권 제어 방안 마련 △국회 정보위원회 전임 상임위화 등 2가지다.
◇새누리당, 정보위 전임 상임위화는 여건상 쉽지 않아 = 새누리당은 국민의당 중재안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먼저 정보위원회의 전임 상임위화는 여건상 쉽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2013년 12월 여야 지도부는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회 정보위의 전임 상임위화와 국정원 예산 통제권 강화를 법제화하기로 합의했었다.
정보위 여당 간사인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은 “우리는 중재안을 받은 적이 없다. 정보위 상설화는 이미 되어 있고 겸임이 아닌 전임 상임위를 하는 나라는 없다”며 “국회라는 것이 법을 만드는 곳인데, 국정원만으로 전임 상임위를 하면 갈 의원이 아무도 없다. 그때도 해 볼려고 했는데 할 사람이 없어서 못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감청권 제한과 조사·추적권의 대테러센터로의 이관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이 의원은 “테러방지법의 실체가 거기에 있는데, 그것 없으면 법을 만들 필요가 없다. (조사·추적권을 대테러센터에 넘기자는 얘기는) 말이 안되는 소리다. 그럼 정보수집이 안된다. 지금은 (야당과) 협상 여지가 없다”고 일축했다. 단, 테러방지법 처리를 전제로 정보위의 전문위원을 강화하는 정보감독지원관실 설치는 검토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테러방지법 처리 문제로 국회가 공전되는 것은 여야 모두에게 부담이다. 선거법을 26일 아니면 늦어도 29일까지는 처리해야 4·13 총선을 치를 수 있고 북한인권법과 민생법안인 대부업법과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자본시장법, 전자증권법 처리도 마냥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한 정의화 국회의장도 여야 협상을 적극 주문중이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내일 오전 중으로 끝나기를 기대한다”며 “(테러방지법 중재안과 관련해) 국회 법제실에서 몇 가지 아이디어를 내서 전달했다. 국민의당도 아이디어를 내고, 그런 것을 가지고 양당 교섭단체 대표들이 논의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법제실이 제시한 안은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무차별적인 감청을 일부 제한하거나 테러방지법을 1~2년 한시법으로 운영해보고 문제되는 부분은 나중에 수정하자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공식 협상에 나서지 않은 상태이나 여야 모두 2월 임시국회를 마비시킬 수 없는 만큼, 선거구가 획정돼 넘어오는 26일을 전후해 테러방지법에 대한 극적인 타협안을 도출할 수도 있다. 내일이면 선거법과 테러방지법, 민생법안 처리가 될지, 무한정 연기될지 알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