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개막…러-우크라 '전쟁 규탄' 공동성명 초안 합의

by방성훈 기자
2022.11.15 14:52:32

15~16일 인니 발리서 G20 정상회의 개최
G20, 공동성명 초안 합의…러 우크라 침공 '전쟁'으로 규정
"러, 핵위협 등 세계 인도주의·경제 위기 초래한 근원" 비난
"러·중 지속 반대"…공동성명 채택 여부는 불투명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막했다. 참가국 정상들은 이날부터 16일까지 이틀 간 ‘함께 하는 회복, 보다 강한 회복’(Recover Together, Recover Stronger)을 주제로 세계 식량·에너지 안보, 보건 등 국제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참가국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내용의 공동성명 초안에 합의했지만, 러시아의 반대로 실제 채택 및 발표가 이뤄질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사진=AFP)


G20 정상회의 주최국인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이날 개막을 선언하며 “우리는 세계를 분열시켜선 안 된다. 또 다른 냉전에 빠지는 것을 용납해선 안 된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야 한다. 만약 전쟁이 끝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엄청난 위기와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식량과 에너지 공급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세상을 구하기 위해선 (국가들 간) 협업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번 회의에서 세계 경제 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결과를 제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G20 정상회의는 △식량·에너지 안보 △보건 △디지털 전환 등 총 세 가지 세션으로 구성됐으며, 이틀 간의 회의가 끝나면 20개국의 의견을 모은 공동성명 ‘발리 선언’이 채택될 예정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G20 외교관들이 합의한 공동성명 초안을 입수, 핵위협을 포함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FT는 “대다수 회원국들은 (초안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강력히 규탄하면서, 이 전쟁이 인류에게 엄청난 고통을 야기하고 있으며 세계 경제의 취약성을 악화시키는 근원임을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또 ‘핵무기의 사용이나 사용 위협은 용납될 수 없다. 분쟁의 평화적 해결, 위기 해결 노력, 외교와 대화가 중요하다. 현 시대가 전쟁의 시대가 돼선 안 된다’는 문구를 소개하며 “G20 정상들은 이 초안을 토대로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이 모두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전쟁에 대한 거부 의사도 명백하게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공동성명 초안은 서방 국가들과 러시아, 중국 외교관들이 수일 동안 협의한 끝에 나온 것이다. 가장 눈에 띠는 부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으로 규정한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동안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별 군사작전이라고 주장해 왔다.

러시아의 반대에도 전쟁이라는 표현과 이를 비난하는 문구가 초안에 담길 수 있었던 것은 러시아의 핵위협에 대한 비(非)서방 국가들의 불안이 반영된 결과라고 FT는 진단했다. 러시아가 우방국인 중국 외 나머지 국가들의 지지를 받기 힘든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협의 당시 글로벌 경제 상황이나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와 관련해서도 회원국들 간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초안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글로벌 경제 성장 억제,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 공급망 붕괴, 에너지 및 식량 불안 고조, 금융안정 위험성 증가 등을 야기하고 있다”는 문구가 담겼으나, 러시아는 세계 식량 및 에너지 가격 상승은 서방의 제재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얼마나 많은 국가가 이같은 초안을 토대로 한 공동성명을 채택할 것인지 불분명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서방 국가들과 러시아·중국이 뚜렷한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인도네시아 정부의 한 소식통은 FT에 “공동성명 관련 논의는 여전히 진행중이며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