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걸릴 변화가 단 3개월 만에"…전자상거래, 美소비시장 '장악'
by방성훈 기자
2020.11.16 17:12:28
2분기 美소매판매 중 전자상거래 비중 16.1%…전년比 5.3%p↑
맥킨지 조사서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이후에도 계속 이용"
결제 방식도 함께 변화…현금대신 신용카드 사용 확대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코로나19 위기 이후 미국인들이 전자상거래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봉쇄조치,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된 선택이지만, 어느새 음식이나 식료품 배달 서비스부터 자동차 거래까지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등 미국인들의 전반적인 소비 행태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진단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5일(현지시간) 컨설팅업체 맥킨지 자료를 인용, 미국 소비자 4명 중 3명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전자상거래와 같은 새로운 쇼핑 방법을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은 코로나19 위기가 종식되더라도 배달서비스나 픽업 서비스 등을 지속적으로 이용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맥킨지는 이러한 인식 변화가 불과 3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면서 “만약 코로나19 위기가 아니었다면 미국에서 10년은 걸렸을 것”이라고 평했다.
또 미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미국 소매판매에서 전자상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16.1%로 전년 동기 10.8% 대비 5.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매장에 직접 가서 구매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비자들이 변하면서 기업들도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명품 기업들까지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는가 하면, 그간 디지털 서비스를 도외시 여겼던 기업들까지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실례로 캘리포니아주 비버리힐즈에 위치한 명품 매장들 중 상당수가 지난 5월 온라인 주문 후 픽업 방식으로만 구매가 가능하다는 공고문을 내걸고 문을 닫았다.
캘빌클라인과 타미힐피거 등과 같은 패션 브랜드를 보유한 PVH는 새로운 데이터 시스템 구축을 위해 투자를 가속화하겠다는 방침이다. PVH의 스테판 라르손 사장은 “소비자들은 더이상 팬데믹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쇼핑하지 않고 뉴노멀로 나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16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백화점 메이시스는 구글과 함께 검색 시스템을 개선, 온라인 주문을 받으면 당일 배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고객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으로, 그 덕분에 메이시스의 전자상거래 매출 비중은 팬데믹 이전 25%에서 현재 43%까지 확대됐다.
온라인 주문을 통한 픽업·배송 서비스만 가능토록 한 이른바 ‘다크 스토어’도 급성장하고 있다. 아마존 자회사인 홀푸드마켓은 지난 9월 뉴욕 브루클린에 첫 번째 다크 스토어를 오픈했다. 이후 온라인 주문 후 픽업이 가능한 서비스를 미국 전역 500개 매장으로 확대하고, 3월 이후 배달 서비스도 160% 이상 늘렸다.
주목할만한 점은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뿐 아니라 지급결제 방식도 함께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이 지난 7월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 중 28%가 현금 대신 카드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현금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묻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따라 터치식 결제 방식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전했다. 마스터카드의 3분기 터치식 결제 비중은 41%로, 전분기 37%와 전년 동기 30%대비 각각 4%포인트, 11%포인트 증가했다.
신용·직불카드 데이터 집계업체인 어피니티솔루션의 조너선 실버 최고경영자(CEO)는 “누구든지 ‘필요에 따라’ 새로운 방식을 2~3번만 시도해보면 소비자 습관까지도 바뀔 수 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은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