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연합뉴스 기자
2019.04.23 22:21:17
현지 군소조직 NTJ, IS와 손잡고 급성장 가능성
이슬람국가(IS)가 뒤늦게 스리랑카 ‘부활절 연쇄 폭발 참사’의 배후를 자처하고 나섰다. 앞서 스리랑카 정부는 참사 배후로 현재 극단주의 이슬람 조직인 NTJ(내셔널 타우히트 자마트)를 지목한 상태여서 두 조직 간 관계에 이목이 쏠린다.
23일 데일리메일과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 매체와 외신 등에 따르면 NTJ는 이번 테러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조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스리랑카 마와넬라 지역 등에서 불상을 훼손하면서 존재감을 유지했지만 언론에는 간간이 이름이 등장하는 수준이었다.
반면 일부 군사정보 전문가는 NTJ 지도자들이 이미 수년 전부터 물밑에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불교도(전체 인구의 70%)와 힌두교도(13%)가 다수인 스리랑카에서 이슬람 ‘성전’(聖戰)을 일으키겠다는 의도에서라는 분석이다.
또 지역의 군소 극단주의 조직에 머물렀던 NTJ가 최근 급격하게 세력을 팽창한 것은 국제테러조직과 손잡았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앤 스펙하드 국제극단주의연구센터 소장은 뉴욕타임스에 “NTJ의 목표는 반란이나 분리주의가 아니다”며 “스리랑카에 글로벌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운동을 들여와 증오, 공포, 분열을 조장하는 게 그들의 목표”라고 전했다.
지역의 군소 극단주의 조직에 머물렀던 NTJ가 물밑에서 최근 급격하게 세력을 팽창한 것은 국제테러조직과 손잡았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라지타 세나라트네 스리랑카 정부 대변인은 “NTJ 같은 작은 조직이 이번 일을 모두 했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NTJ에 대한 국제조직의 지원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중에는 IS가 NTJ와 연계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첫 손에 꼽히는 국제테러조직이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IS가 중동에서 밀려나면서 스리랑카 출신 조직원을 앞세워 NTJ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인도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정보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이 가운데 ‘아부 우바이다’로 알려진 이가 NTJ의 핵심 조직원 자란 하신으로 이번에 자살폭탄테러를 자행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국제안보위협을 모니터링하는 소우판 센터는 AFP통신에 “이번 연쇄폭발은 살라피 지하디스트(이슬람 수니파 성전주의자)의 공격 특징을 그대로 갖고 있다”며 NTJ가 국제테러조직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기도 했다. 스리랑카 정부에 의해 체포된 테러 용의자 40명 가운데 시리아인이 한 명 포함된 것도 이같은 주장에 무게감을 싣는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IS는 이날 자체 선전 매체인 아마크 통신을 통해 자신들이 이번 연쇄 테러의 배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근거가 될 사진 등의 증거는 전혀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IS가 세력 과시를 위해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테러에 나섰다는 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복수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IS가 이번 테러에 직접 연관이 있지는 않아도 테러 방식이나 이념 등을 통해 NTJ에 간접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IS는 지난 3월 15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사원(모스크)에서 발생한 백인우월주의자의 총격 테러 직후 이에 복수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스리랑카 정부도 이번 테러가 뉴질랜드 테러에 대한 복수 차원에서 감행됐다는 예비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뉴질랜드의 총리실은 이날 “그런 평가의 근거가 될 어떠한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며 스리랑카 정부의 주장을 사실상 부인했다.
한편 부활절인 지난 21일 스리랑카에서는 호텔과 교회 등 전국 8곳에서 동시다발적인 폭발 테러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321명이 숨지고 500명 이상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