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는 거들뿐'..엘비세미콘 "테마 말고 실적 봐주세요"

by김대웅 기자
2019.04.11 19:10:00

올들어 주가 130% 상승
반도체 후공정 호황에 가파른 수주 증가세
방탄소년단 테마주에서 실적 성장주로 변모중
단기급등한 주가는 부담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대웅 기자] 반도체 설계서비스 기업 엘비세미콘(061970)의 주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인해 후공정 업황이 호전되면서 수주가 밀려들고 있는 덕분이다. 더 이상 ‘방탄소년단(BTS) 테마주’로 시장의 관심을 끄는 것만이 아니라 펀더멘털상 기업의 체질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11일 엘비세미콘의 주가는 전일 대비 1.4% 오른 9250원을 기록했다. 올 초까지만 해도 4000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수주 증가에 따른 실적 고성장 기대에 힘입어 연일 신고가 흐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엘비세미콘은 지난해부터 BTS 수혜주로 시장에 널리 알려지며 높은 주목을 받아왔다. 엘비세미콘의 관계사인 LB인베스트먼트가 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장은 비상장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신 엘비세미콘을 BTS 대장주로 점찍었다.

실제로 엘비세미콘 주가는 지난해 5월 BTS가 미국 빌보드 차트를 휩쓸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무려 나흘 연속 상한가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2000원대였던 주가가 순식간에 7000원대로 오르면서 투자자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후 BTS 테마가 잠잠해지면서 엘비세미콘 주가도 차츰 조정을 받았지만 올 들어서는 지난해 기록한 고점을 뚫고 더욱 높은 곳을 향해 치솟는 중이다. 올 초 대비 현재 주가가 130% 가량 급등한 상태다.

엘비세미콘 분기결 연결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및 전망(자료=키움증권).
이번 주가 상승은 작년의 테마성 시세 분출과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업황 호조로 인한 실적 고성장이 기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증권업계는 통상적 비수기인 1분기부터 호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키움증권은 엘비세미콘의 1분기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81% 증가한 735억원을, 영업이익은 414% 급증한 9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7% 늘어난 486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동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1분기가 통상적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고객사 다변화 효과와 구리필러범프(CPB) 물량 증가, 공급 부족에 따른 자회사 엘비루셈의 평균판매가격(ASP) 상승 효과까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2분기부터 계절적 성수기 진입, 테스터 추가 효과 반영 시작, 순차적으로 진행될 CPB 물량 증가를 감안하면 실적의 우상향 트렌드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엘비세미콘은 실리콘웍스를 통한 LG계열향 위주의 사업 구조에서 지난해 대형 반도체 사업자를 통한 매출 본격화와 CPB 사업 진출 등의 고객사 및 아이템 다변화를 이뤘다. 한 연구원은 “OLED 가동률 증가와 CPB 외주화 진행에 따른 물량성장 등을 고려하면 중장기 성장이 가능한 구조”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사업 호조세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회사 측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기관 투자자를 상대로 기업설명회(IR)를 개최했다. 회사 관계자는 “대형 OLED 패널 시장 확대 등에 따른 수주 증가가 기대되고 있다”며 “이에 대해 기관 투자자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달 초부터 80% 가량 주가가 급등해 단기적으로 과열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BTS가 오는 12일 새 앨범을 전 세계 동시 발매하고 13일(현지시간)에는 미국 NBC 코미디쇼 SNL에서 컴백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주가가 더욱 가파르게 오른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테마성 재료 소멸시 단기 조정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