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묵힌 LG트윈스 우승주…'마실 수 있냐' 아닌 '남았냐' 관건[궁즉답]
by남궁민관 기자
2023.10.30 18:13:11
LG트윈스 29년만 한국시리즈 우승 기대감
故 구본무 회장 공수한 日 아와모리 소주에 이목
''영원의 술'' 위스키 등 증류주 긴 시간 두고 섭취 가능
매년 2% 이상 날아가…일부 와인 ''장기 숙성'' 요하기도
Q: LG트윈스가 KBO리그 정규시즌에서 우승하면서 다음 달 1일부터 시작하는 한국시리즈에서도 우승을 기대하는 팬들이 많습니다. LG트윈스가 우승하면 지난 1995년 고(故) 구본무 회장이 우승주로 준비한 일본 소주를 개봉한다고 하는데 소주를 30년 가까이 두었다가 먹어도 상관 없는지 궁금합니다.
| 지난 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트윈스 정규시즌 우승 기념식에서 선수들이 모자를 던지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A: 요즘 국내 주류 커뮤니티에선 ‘시골 집을 찾으면 찬장 속 술병부터 뒤져본다’는 우스갯소리가 종종 눈에 띕니다. 옛날에 선물을 받았거나 사두었다가 혹 잊고 있던 위스키 한 병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서죠. 다른 식음료 제품들과 달리 오랜 기간 두어도 변하지 않는 위스키는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희소성이 올라갑니다. 그래서 위스키는 ‘영원의 술’이라고도 불리기도 하죠.
대뜸 위스키 이야기로 운을 뗀 것은 LG트윈스의 우승주가 위스키와 같이 증류주에 속하는 증류식 소주 ‘아와모리 소주’이기 때문입니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증류주는 오랜 기간 두어도 변하지 않아 긴 시간 두고 마실 수 있다는 얘깁니다.
통상 술은 발효주와 증류주, 혼성주로 구분됩니다. 쉽게 말해 발효주는 과일의 당분이나 곡물 전분을 분해하면서 생긴 당을 효모로 발효시켜 만든 술이라면, 증류주는 이같은 발효주에 열을 가해 농축된 원액을 뽑아낸 뒤 일정 기간 숙성시켜 만든 술이죠. 혼성주는 발효주나 증류주에 식물약재나 과실 등을 첨가한 술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우리술 산업육성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제작한 ‘증류주개론’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증류주는 “원료, 전처리, 미생물, 발효 과정을 거쳐 증류 공정을 통해 마침내 최종 산물로서 알코올 도수가 높은 증류주가 얻어지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전세계 지역별로 많이 생산되는 원료, 즐겨 마시는 발효주에 따라 다양한 증류주가 발전했습니다. 가령 보리를 발효한 맥주가 많이 생산되는 영국·아일랜드에서 각각 스카치·아이리시 위스키가, 쌀을 발효한 탁주·사케가 발전한 한국·일본·중국에선 각각 안동소주·아와모리소주·백주 등 증류식 소주가, 포도 등 과일을 발효한 와인·사이다(사과주)가 많이 나는 유럽에선 꼬냑을 비롯한 브랜디가 발전했죠.
증류 과정을 거친 직후의 증류주는 자극적이고 거친 풍미를 갖기 때문에 일정 기간의 숙성의 과정을 거쳐 원숙한 풍미를 갖추게 됩니다. 위스키를 보면 오크통 숙성 기간을 뜻하는 12·15·18·21년을 표기하고 이에 따라 값어치가 책정되기도 하는데요.
증류식 소주도 꼭 오크통이 아니더라도 나무통이나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 옹기 등에서 숙성을 거칩니다. 더욱이 40도 안팎의 높은 알코올 도수에 균이 살 수가 없어 숙성 기간 풍미만 변화할 뿐 상하지 않습니다. 숙성을 마치고 병입된 증류주의 경우 직사광선을 피하고 서늘한 곳에 보관만 해준다면 풍미까지 변하지 않아 긴 시간 두고 즐길 수 있는 셈입니다.
원점으로 돌아와 LG트윈스의 우승주 아와모리 소주는 일본 오키나와 지방 전통주로 태국쌀인 안남미와 검은 누룩곰팡이인 ‘흑국균’이라는 누룩을 사용해 발효한 뒤 증류·숙성을 거친 증류식 소주입니다. LG트윈스가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한 뒤 고 구본무 회장은 이듬해인 1995년 일본에서 아와모리 소주를 옹기에 담아 들여왔다고 하죠. LG트윈스가 다시 한번 우승하면 이 술로 축배를 들자는 취지였습니다.
29년이 지난 올해 이 술은 무탈하게 마실 수 있겠습니다만 문제는 양입니다. 통상 40도의 위스키는 영국의 기후에서 매년 2%씩 증발되는데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 증발량이 훨씬 많다고 합니다. 구 회장이 공수한 아와모리 소주 역시 상당량이 증발돼 아마 절반도 채 남지 않았을 것으로 주류업계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발효주인 와인 중에서도 30년 이상 오랜 기간 두고 마실 수 있는 제품들이 있는데 이는 증류주와는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증류주는 숙성 기간을 거쳐 병입되는 순간 모두 증발되기 전까지 일관된 품질로 오랜 기간 즐길 수 있다면 와인의 경우 병입 이후에도 긴 숙성 기간을 거쳐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일부 제품들이 있어서죠.
와인은 통상 포도를 발효시킨 후 오크통이나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 등에서 1~2년의 숙성 기간을 거친 후 병입한 뒤 판매합니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공기와 접촉하며 산화가 일어납니다. 병입 숙성이 계속되는 셈인데 제대로 보관하지 않거나 긴 시간 마시지 않고 방치하며 ‘식초’가 돼 버리는 상황이 빚어져 보통은 구매해 바로 마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프랑스 보르도와 부르고뉴 지역 와인들은 대표적인 장기 숙성 와인으로 30년 이상 지나야 제 맛을 내는 제품들도 있습니다. 각 와인 패키지에 ‘시음적정기’를 표기하는 이유입니다.
※ 이데일리 궁즉답에서는 독자 여러분들이 알고 싶어하는 모든 이슈에 기자들이 직접 답을 드립니다. 채택되신 분들에게는 모바일 상품권을 보내드립니다. - 이메일 : jebo@edaily.co.kr
- 카카오톡 : @씀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