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비싼 수영장 마스크 보다 일반 마스크 쓰는게 낫다
by강민구 기자
2022.05.12 18:05:24
수영장 마스크 별도 기준 없어
통기성 높아 필터 기능 못하거나
방수에만 치우친 경향도
전문가들은 일반 마스크 착용·거리두기 권고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이데일리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김일두 신소재공학과 석좌교수 연구팀에 실험을 의뢰해 진행한 수영장 마스크 필터 효율 검증 시험 결과, 수영장 마스크가 KF 마스크 보다 필터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이번 시험은 수영장 마스크 보다 KF 인증을 받은 마스크를 잘 쓰는 게 낫고, 수영장 마스크에 대한 과대 광고를 주의해서 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시사점이 있다. 비닐로 된 수영장 마스크의 경우 방수 효과가 우수한 반면 통기성이 낮아져 호흡하기 불편한 것으로 나타났고, 소재를 겹겹이 쌓은 마스크들도 필터 효율은 오히려 KF 인증을 받은 마스크 보다 떨어졌다.
마스크의 가격, 형태, 제품, 시험 환경 등에 따라 오차가 발생할 여지는 있다. 하지만, 수영장 마스크의 방역 효과가 떨어지고, 방수에 지나치게 신경을 쓴 제품의 경우 통기성이 부족해 호흡곤란 등의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데일리가 김일두 KAIST 석좌교수 연구팀과 시험 과정에서 자동화 필터 시험기기(TSI 8130A)가 활용됐다. 이 장비는 국제 공인 장비 중 하나로 염화나트륨, 오일 시험이 가능한 장비다. 호흡 보호구의 통과율 시험 등을 높은 감도와 해상도로 할 수 있다.
이 장비를 활용해 시험한 결과, KF-80 인증을 받은 A 마스크의 경우 필터효율이 초기부터 높게(98%) 나타났고, 물에 담근 후 16시간이 지난후에도 95% 수준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소재를 겹겹이 쌓은 수영장 마스크인 B의 경우 필터 효율이 초기부터 낮게(32%) 나타났고, 물접촉 16시간 후에는 16%로 절반 가량 줄었다. 한면으로 구성된 수영장 마스크 C의 경우에도 필터효율이 물접촉 전부터 낮게(20%) 나타났고, 16시간후에는 9%로 하락했다.
Pa(파스칼)은 숫자가 낮을수록 통기성(공기가 잘 통하는 정도)이 우수하다는 것을 뜻하는데 B 마스크의 경우 A 마스크 대비 통기성은 낮으면서 필터 효율은 떨어졌다. C 마스크의 경우에는 통기성이 지나치게 높아 바이러스가 침투하기 쉬운 특징을 나타냈다.
김일두 교수는 “이번 시험을 하면서 물에 적시면서 역동적으로 마스크를 변형시켜 최대한 안쪽까지 스며들도록 했다”며 “시험 결과를 보면 겉감과 안감원단이 상대적으로 방수가 잘되는 원단으로 구성된 일반 보건 마스크의 경우 수영장에서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국가공인 시험 검사기관인 KOTITI 시험연구원에 따르면 수영장 마스크의 필터 효율이나 방수 성능을 별도로 관리하는 항목이나 기준은 없다. 업체에서 원하는 특정 항목에 대한 시험을 의뢰하면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KOTITI 시험연구원 관계자는 “수영장 방수 마스크 성능 검증을 위해 별도로 규제하는 시험 항목은 없고, 방수 성능을 검증할 규정도 없다”며 “액체 저항성도 시험 항목 중 하나이나 이것만으로 방수 효과를 이야기하기 어렵고, 재질이 방수가 된다고 해도 사용환경,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수영장 마스크 자체의 효과에도 의문이 제기된다는 시각도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마스크는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게 목적인데 수영장에서는 비말이 간단하게 해결되지 않고 비말이 얼굴에 묻어도 씻겨 내려갈 수 있다”며 “바이러스가 들어 있는 비말이 호흡기나 입을 통해 들어가야 하는데 수영장에서 비말이 흡입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바로 눈앞에서 대화하면 비말이 튈 가능성이 있지만, 비말이 튀더라도 일상생활에서 보다 확률이 적다”며 “방수효과라는 것도 물이 통과하지 못하면 공기도 통과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인데 마스크를 써서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 물속에 담긴 시간에 따른 필터효율과 차압 변화 비교. KF-80 인증 마스크(A)와 수영장 마스크(B,C).(자료=KAI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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