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쇼크’ 현대·기아차 제네시스·SUV 질주로 선방(종합)
by이소현 기자
2020.07.23 17:47:22
영업익 현대차 5903억, 기아차 1451억 '반토막' 이상
시장 전망치 웃도는 실적..제네시스·SUV 호조 덕분
국내 투싼·카니발 등 신차..해외 시장 제네시스 투입
[이데일리 이소현 송승현 기자] 현대·기아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적으로 확산한 지난 2분기 실적이 ‘반 토막’ 났지만, 시장 예상보다 선방했다. 미국과 유럽, 인도 등 주요 시장에서 ‘셧다운’ 영향으로 글로벌 판매량이 3분의 1이 줄었지만, 내수에서 개별소비세 인하를 비롯한 세제 혜택,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신차, 환율 등 3박자 효과가 실적 하락의 완충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 쇼크’로 세계 대부분의 완성차업체가 2분기 적자를 예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 홀로 흑자’를 실현한 것은 리스크 관리 등 기업 체질이 강화된 데 따른 성과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가 23일 발표한 2분기 경영성과를 보면 영업이익이 590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2377억원)에 비해 52.3% 감소했다. 기아차도 영업이익이 1451억원으로 전년 동기(5336억) 대비 72.8% 급감했다.
현대·기아차는 2조원에 육박하던 영업이익이 절반 이상 급감해 뼈아픈 수치이지만,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한 때 적자 전망까지 나왔던 데 비하면 선방했다. 금융증권업계의 실적 예상치는 현대차 3062억원, 기아차 758억원 수준이었다. 글로벌 판매는 현대차 70만3976대, 51만6050대로 전년 동기 대기 각각 36.3%, 27.8% 줄었다. 그나마 G80·GV80 등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늘며, 수익성을 만회했다.
특히 제네시스는 역대 최대 판매를 기록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판매 비중은 글로벌 기준 5.4%이며, 국내에서는 16.2%로 1년 전에 비해 두 배로 뛰었다. 지난 2분기 말 기준으로 국내 주문이 4만대가량 밀려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효과도 톡톡히 봤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2분기 1166원에서 올해 2분기 1221원으로 원화 가치가 크게 하락해 수출 중심의 현대기아차에 원화 약세의 우호적 환율 환경이 조성됐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분기 국내 시장에서 유일하게 판매가 는데 반해 대부분의 해외 시장은 두자릿수로 급감했다.
현대차는 2분기 국내에서 12.7% 증가했다. 그러나 인도(-77.7%), 중남미(-72.8%), 유럽(-52.5), 러시아(-50.1%), 북미(-37.7%), 중국(-16.4%) 등 해외에서는 모두 급감했다.
기아차는 2분기 국내에서 26.8% 늘면서 역대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특히 신형 쏘렌토 판매 호조 등으로 레저용 차량(RV) 비중이 53.7%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가면서 수익성에 기여했다. 그러나 북미(-40.3%), 유럽(-50.6%), 기타(-46.0%)로 모두 마이너스였고, 중국만 5.3% 늘었다.
업계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부정적 요인이 가장 컸던 2분기를 저점으로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재확산 우려로 불확실성도 함께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상현 현대차 재경본부장(전무)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선진 시장과 신흥 시장이 동반 부진해서 세계 자동차 수요가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경기부양책이 중장기적으로 주요국 재정부담으로 이어져 저성장 장기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동헌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상무는 “세계 자동차 판매가 2023년께나 작년 수준(8756만 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군분투 끝에 지난 2분기 적자는 방어했지만, 하반기에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전년 만큼의 실적을 낼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대·기아차는 신차 출시와 적극적인 유동성 리스크 관리를 통해 수익성 방어에 집중하는 ‘컨티전시 플랜(비상 계획)’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경영환경 불확실성에 대비해 유동성 관리에 집중한다. 현대차는 중간배당을 하지 않고, 시장 회복과 투자 전략을 균형적으로 고려해 연간배당을 진행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11조원 규모(1분기 기준)의 현금 유동성을, 기아차는 애초 사업계획보다 2조원가량 늘어난 현금 유동성을 13조원 이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신차 효과로 판매 확대에 힘쓴다. 현대차는 더 뉴 싼타페를 시작으로 신형 투싼과 제네시스 G70 부분변경과 GV70 국내 출시, GV80과 신형 G80, 신형 아반떼 등 해외 출시를 계획 중이다. 기아차는 신형 카니발 국내 출시를 비롯해 신형 K5와 쏘렌토 등 해외 출시, 북미 지역 텔루라이드 증산 등을 계획하고 있다.
김 재경본부장은 “하반기에 유동성 관리를 지속하고 한국, 미국, 서유럽 등에선 신차 효과를 활용해 점유율을 높이고 인도 등에선 점진적인 판매 정상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