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를 극복한 차-①쌍용 티볼리
by남현수 기자
2020.04.29 15:53:09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세계 경제가 얼어붙고 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또 다시 찾아온 경제위기다. 지난 경제 위기와 상황이 딴판이다. 기존 위기는 우리나라나 특정 지역만 어려웠다. 모두 환율 급등(원화가치 하락)에 힘입어,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재빨리 회복했다. 이번에는 전세계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경제 위기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전의 세상과 이후의 세상이 있을 뿐이라며 충격의 강도조차 가늠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암울한 현실이다. 위기는 곧 기회다. 인간의 위기 대처 능력은 예상보다 뛰어나고, 성장하고자는 욕구는 인간을 발전시켜왔다. 역사가 우리에게 알려준 교훈이다. 자동차 모델 중에도 난세영웅이 있다. 혜성처럼 등장해 위기에서 회사를 구해낸 위기 극복의 주인공을 총 5회 시리즈로 분석해본다.
첫번째 주인공은 쌍용자동차 티볼리다.
올해 국산 소형 SUV 시장은 역대급이다. 가장 많은 모델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한 브랜드에서 2종 이상의 모델을 출시하기도 한다. 소형 SUV는 준중형 SUV 판매량을 뺏어오면서 몸집을 키웠다. 소형과 준중형 세단 시장을 밀어내는 엄청난 파급력을 보인다. 현대자동차 발표에 따르면 국산 준중형 세단은 2015년 약18만1000대에서 2019년 약12만3000대로 32% 감소했다. 소형 SUV는 2015년 약8만6000대에서 2019년 약18만4000대로 몸집을 부풀렸다.
티볼리는 소형 SUV 시장이 태동하던 2015년 1월 출시됐다. 당시 새로 생긴 시장을 리드하던 쉐보레 트랙스, 르노삼성 QM3를 밀어내고, 출시 첫 해 4만5021대를 판매하며 당당히 1위 모델로 우뚝 섰다. 경쟁 모델 대비 10% 이상 저렴한 가성비와 여성들이 호감을 가지는 디자인 효과에 힘입은 결과다.
쌍용차는 IMF 이후 부도가 난 대우그룹에서 벗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독자 경영의 길을 걸었다. 2001년 렉스턴, 2002년 무쏘 스포츠가 잇따라 성공하며 2003년엔 사상 최대 순이익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했다.
문제는 이런 성공을 바탕으로 2005년 쌍용차가 상하이자동차에 인수되면서 시작됐다. 상하이자동차에 인수된 이후 이미 개발을 끝낸 카이런, 액티언, 로디우스 등 '소위 못난이 3총사'가 실패하면서 무너졌다.
쌍용차는 2009년 1월 다시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5월에는 정리해고에 나섰다.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차 인수 자금 약 6천억원을 고스란히 날리고 철수했다.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간 쌍용차는 2011년 인도 자동차 업체인 마힌드라&마힌드라에 인수되면서 대대적인 포트폴리오 변경에 나섰다. 부활의 청신호는 인수 이후 처음 선보인 티볼리가 밝혔다.
2015년 출시된 티볼리 인기 비결은 우선 디자인이다. 후면부 미니를 연상시키는 귀여운 외모는 여성 소비자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여성 구매 비율이 50%를 넘기도 했다. 티볼리는 지금도 여성에게 소폭의 할인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이 진행중이다.
티볼리는 끊임없는 변화로 승리의 고삐를 놓치지 않았다. 2016년 티볼리 트렁크 공간을 확장한 티볼리 에어를 출시했다. 넉넉한 적재공간을 갖춰 월 1500대 이상 팔리면서 파생 모델로 성공을 거뒀다. 이어 2017년에는 국내 SUV 최초로 차선유지보조시스템을 장착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실내외 디자인을 바꾸고 화려한 편의장비와 터보 파워트레인으로 무장한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했지만 평타에 그쳤다. 시장 상황이 바뀐 것이 타격이었다. 현대기아차는 물론 쉐보레와 르노삼성까지 티볼리 경쟁 모델을 줄줄이 내놨다. 티볼리는 지난달 1562대가 팔리며 전년 동월대비 판매량이 43%나 감소하면서 끝물 추세를 보이고 있다.
티볼리는 쌍용차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티볼리 출시 첫 해인 2015년에만 4만5021대가 판매됐다. 쌍용차 전체 판매량(9만9663대)의 45%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마힌드라 그룹에 인수된 이후 처음 선보인 신차 티볼리가 성공함으로써 쌍용차의 숨통이 트일 수 있었다. 쌍용차가 G4렉스턴, 렉스턴 스포츠, 렉스턴 스포츠 칸, 뷰티풀 코란도 등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수 있었던 것 역시 티볼리 성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근 분위기는 지난 몇 년과 다르다. 쟁쟁한 경쟁 모델 틈에서 티볼리의 명성은 예전만 못하다. 쌍용차는 티볼리 성공에 도취해 신차인 코란도를 차별화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앞으로 월 판매가 2천대를 넘기 힘든 모양새다. 티볼리로 재기에 성공했던 쌍용차를 구해낼 신차는 언제 나올지..제대로 된 신차 없이 올해를 보내야 하는 쌍용차의 앞날은 밝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