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ㆍ채권단, 현대상선에 5兆 자금 수혈 추진

by김경은 기자
2018.08.22 19:44:10

누적 적자 눈덩이· 컨테이너선 선복량 급감 등 악재
9월중 차관·관계 장관 회의 거쳐 세부 지원안 확정

[이데일리 김경은 박종오 남궁민관 기자]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정부가 현대상선에 5조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원양 컨테이너선 선복량(배에 싣는 화물 총량)이 급감하고 있는데다 누적 당기순손실로 현금이 바닥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자금 지원은 국내 유일의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이 무너질 경우 조선업 침체뿐 아니라 산업 전반의 고용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정부의 절박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2일 정부 및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상선 재무지원을 위해 채권단과 해양진흥공사 등이 5조원 규모의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르면 내달 차관회의 및 관계 장관회의를 거쳐 세부 지원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최대주주인 산은은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현대상선 재무실사에 착수한 상태다. 실사 최종 결과는 9월말쯤 나올 전망이다.

산은과 해양진흥공사 등은 선박 투자와 별개로 유상증자 및 영구채 인수 등을 통해 현대상선 재무 개선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현대상선 및 해운업 재건을 위한 정부의 대규모 투자계획은 이미 발표된 바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통해 3년간 총 8조원을 투입해 선박 발주 200척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 정부 관계자는 “현대상선에 대한 자금 지원을 위해 해양수산부, 산은, 기재부 등 관계기관 합동 실무협의회는 거의 마무리 단계로 8월말쯤 해양공사의 출자도 완료되는 만큼 이르면 9월께 관련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지난 6월 발주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 인수비용 3조원 마련을 위한 계약금 및 사모사채 상환을 위한 유동성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대증권(현 KB증권) 매각으로 1조2000억원을 확보한데다, 1조4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1조300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 등도 단행하면서 순차입금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에 따른 현금 수요 및 지속적 영업적자, 올해부터 공사채 만기도래에 따른 차입금 상환 부담 등으로 재무압박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현대상선은 올해 2분기까지 13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잇고 있는 상황이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지난해 3분기만 해도 “운임이 받쳐주면 올해 3분기 정도 흑자전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흘리기도 했지만 정작 하반기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대외여건도 좋지 않다. 당장 해운사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원양 컨테이너선 선복량은 2016년 8월 105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한 개)에서 올해 6월 49만5500TEU로 반토막난 상태다. 여기에 국제유가 고공해진으로 원료비 부담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2분기 평균 국제유가는 배럴당 48.8달러에서 올해 70달러 안팎으로 크게 올랐다. 최근 불거진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 역시 불확실성을 높였다. 글로벌 해운조사기관인 알파라이너는 전체 태평양 노선 중 극동발 컨테이너 물동량에서 중국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68%로, 미국의 대중 수입이 10% 감소하면 6.8%의 동북아 컨테이너 물동량이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현재 현대상선의 재무 상황을 보면 투자계획을 취소하거나 연기하지 않으면 차입금 상환이 쉽지 않아 조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상선은 컨테이너선 52척과 벌크선 26척, 이 외 유조선 등 총 90척의 선단을 운영하고 있는 세계 12의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황 악화와 높은 선박조달비용 등으로 친환경 선박 투자를 통한 원가절감이 선행되지 않을 경우 중장기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