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고립시키는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by정다슬 기자
2018.07.19 17:27:35

NYT·WSJ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가 非미국 국가들의 결집 불러"
"실질적인 압박 될 것"…25일 미-EU 정상회담 앞둔 포석 시선도

△시진핑(가운데) 중국 총리가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EU 정상회의에서 장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과 도날드 투스크 EU 상임의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AFP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미국 우선주의)를 피해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국가였던 유럽연합(EU), 일본은 물론, 중국까지 서로 간의 동맹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국제질서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서구 언론들은 평가했다.

뉴욕타임즈는 “무역에서 규제, 안보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들이 미국을 제외한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며 “그 명백한 증거가 월요일(16일)있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6일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장 클로드 융커 위원장과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은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유럽 정상회의에 참가했다. 이날은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핀란드 헬싱키에서 처음으로 단독회담을 한 날이었다.

뉴욕타임즈는 “인권과 무역에 대한 유럽과 중국의 오랜 갈등으로 회담의 성과에 대한 기대가 낮았지만 이같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회담은 글로벌 시스템을 유지하자는 선언을 이끌어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즈는 이같은 상황을 “매우 이상하게도(so oddly)”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가 서로 다른 존재를 이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 EU 관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논리는 아주 간단하다. 우리는 WTO 2.0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그 작업은 미국뿐만이 아니라 중국도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U와 중국은 이날 회담에서 세계자유무역을 뒷받침하는 세계무역기구(WTO)를 정비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또 양측은 공동성명에서 “개발된 세계경제 조성에 함께 진력한다”고 밝혔다.

그 다음날 체결된 EU와 일본의 사상 최대규모 자유무역협정(EPA)도 마찬가지다. 당초 EU는 일본과의 무역협정에 대해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빠진다고 밝힌 이후 이 같은 논의는 급격하게 가속됐다. 리암 폭스 영국 국제통상부 장관은 18일 영국 런던 시내에서 한 강연에서 EU에서 이탈한 뒤 TPP에 합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대학의 제프리 윌슨 연구위원은 “트럼프는 세계를 하나의 무역으로 이끌었다”며 “‘트럼프vs세계’라는 구도가 형성되면서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은 놀랄 정도로 협력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실질적인 미국 경제의 압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일본과 EU가 서둘러 EPA를 체결한 것 역시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융커 위원장은 오는 25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관세문제를 논의한다. 가장 강력한 적을 만나 협상에 임하기 전 우군을 많이 만들어놓은 것이다.

일본 역시 EPA가 TPP에서 빠진 미국의 마음을 돌리는 데 효과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야마시타 카즈히토 캐논글로벌 전략연구소 연구주간은 아사히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농수산물 업계에 강한 EU와의 EPA 체결은 TPP에 이탈한 미국을 압박할 것”이라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팜 벨트’(중서부 농업지대)의 타격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