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날 걷기 좋은 '인현왕후 길, 청암사'
by트립in팀 기자
2018.06.04 18:01:49
인현왕후의길, 청암사
직지사와 직지문화공원
부항댐일원
[이데일리 트립in 신영내 기자] 봄이 왔나 했더니 어느새 한낮에는 따끈따끈하다. 뜨거운 해를 피해 청량함을 맛볼 수 있는 계곡이 생각난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울창한 숲길을 따라, 아름다운 무흘계곡이 흐르는 청암사에 마음이 끌려, 인현왕후의 길을 걸어가 본다.
☆ 인현왕후의 꿈을 이뤄준 천년고찰 청암사
수도산자락의 아름다운 절 청암사는 승가대학까지 갖추고 있는 비구니 청정수도 도량이다. 일주문을 들어서자 폭포가 눈에 들어온다. 보통 이끼 계곡은 어둡고 침침한데, 대낮이어서인지 폭포수가 떨어지는 양쪽 바위에 물을 머금은 이끼가 연초록으로 빛나고 있다.
조선 19대 왕 숙종의 계비였던 인현왕후는 서인과 남인의 치열한 당쟁 속에 장희빈과 남인들에 의하여 폐서인이 되었다. 상주가 외가인 그녀는 이곳 청암사 극락전에 3년간 머물면서 보광전에서 복위를 기도하였다. 비극적인 삶을 살아냈던 여인이 머물렀던 극락전에는 불두화 한 그루가 한창이다.
☆ 백성의 사랑을 받았던 국모가 걸었던 ‘인현왕후길’
폐서인이 되었으나 뛰어난 성품을 가진 인현왕후는 백성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한 나라의 국모. 그녀가 3년이라는 긴 시간, 고통을 인내하며 마음을 다스리며 걸었던 길로, 지금은 인현왕후의 길이 되었다. 무흘계곡의 9경인 용추폭포에서 수도암으로 난 시멘트 길을 숨 가쁘게 올라가 비포장길이 나오는 시점부터 인현왕후 길이 시작된다.
수도산 해발 800m에 위치한 능선 길은 한 시간 반가량 이어진다. 하늘이 잘 보이지 않는 시원한 숲속 길에서, 지난가을 떨어진 낙엽은 바람에 스르르 휘날리며, 지저귀는 새소리는 청아할 뿐이다. 많이 찾지 않은 넓은 도로 가운데, 이름 모를 나물들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한낮에 한 시간 이상 걸었으나, 더위도 느낄 수 없었고, 잘 닦인 평평한 길을 걸으며, 평온한 마음으로 피톤치드 스며드는 길을 내려왔다.
☆ 직지사와 직지문화공원
황악산 절경 아래에는 직지사가 있다. 500년이 넘는 전각이 세 개나 남아 있고 정종의 어태가 모셔져 있는 직지사는 호국정신이 투철했던 사명대사가 출가한 절이기도 하다. 특이하게 경내 여기저기로 물줄기가 흐르고 있다. 옥돌로 만들어진 천 불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가사까지 걸치고 있다. 직지사 오르는 길에 조성된 문화공원은 넓고 푸른 잔디 가운데에 분수 쇼를 연출하는 원형 분수와 인공폭포도 있다. 2천 명이 동시 관람할 수 있다는 야외공연장과 17개국 조각가들의 50여 점의 작품이 곳곳에 설치되어있는 공원은 관광객들에게 심심치 않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 부항댐 일원
백두대간의 삼도봉 아래 김천 연안의 홍수 피해를 경감하고, 청정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조성된 부항댐이 있다. 짚와이어와 스카이워크는 아찔하고 스릴 넘치는 순간을 맛보게 한다. 자연친화적인 오토캠핑장의 편리한 시설은 대자연의 품에 안겨 하룻밤을 보내도 불편함이 없다.
복잡한 여행지가 아닌, 조용한 곳에서 힐링하고 싶은 분에게 추천하고 싶다. 일상을 벗어나 인현왕후의 길에서 느껴지는 숲의 숨소리와 함께 호흡하며, 지친 심신에 새로운 에너지를 넣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