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턱밑까지 온 물가 상승률…5월 금리인상에 힘 실린다
by이윤화 기자
2022.05.03 17:26:10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4.8%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美 연준 5월 FOMC 빅스텝 등 긴축 가속화 예상돼
금통위원들 “물가 2차 파급 우려” 긴축 지속 주장
채권시장 5월에도 금리 인상할 수 있단 예측 커져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에 육박하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달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이후 두 달 연속 4%대 물가 오름세가 나타나자 아랍의 봄, 유럽 재정위기 등 악재가 겹친 지난 2011년 이후 11년 만에 연간 4%대 물가 상승률 가능성도 커졌다. 한은 역시 당분간 4%대 물가 상승률을 예고하면서 기대인플레이션 관리 등 대응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3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연간 4%대 물가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통위가 이미 1.5%로 올라선 기준금리를 5월 정기회의에서 추가 인상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5월 빅스텝(0.50%포인트 금리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국내 물가 급등까지 더해지며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이날 전일 대비 0.053%포인트 오른 3.139%에 마감해 지난달 12일 이후 또 다시 3.1%대로 올랐다.
한은은 이날 5%에 바짝 다가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확인한 뒤 긴급회의를 열고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물가 대응’이라고 밝혔다. 통계청의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1년 전 대비 4.8%를 기록,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동안 3%대를 유지하다가 올해 3월 4.1%를 기록한 뒤 두 달 연속 4%대 상승률을 이어갔다.
4월엔 구매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에너지, 외식 및 가공식품이 물가상승률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며 연쇄적인 물가 상승 충격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물가 기여도로 살펴보면 석유류 등 에너지 가격이 1.68%포인트로 가장 높았고, 외식과 가공식품도 각각 0.84%포인트, 0.62%포인트를 기록했다. 이에 향후 물가 예상이 담긴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지난달 2.9%에서 3.1%로 상승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채권시장에서는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2%대 중후반대로 낮아질 수 있단 예상도 있어 5월엔 금리 인상을 쉬어갈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4월 물가를 확인한 뒤엔 분위기가 급변하는 모습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4월과 5월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린다면 하반기엔 8월 정도 추가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은은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코로나19 재봉쇄 조치 등 공급 측 물가 상승 압력에 더해 앞으로는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 측 요인도 가중되면서 당분간 4%대 물가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긴급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한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4%대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휘발유, 식료품, 외식 등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커 체감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는 만큼 경제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채권시장에서는 최근 한은의 물가 경고음을 두고 사실상 5월 기준금리 인상 시그널로 해석해도 된다고 보고 있다. 한은이 지난해 8월부터 9개월 동안 0.25%포인트씩 총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물가 대응을 위해선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상승, 성장 둔화가 모두 우려되지만, 지금까지는 전반적으로 물가가 더 걱정스럽다”면서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는 이어지는데 속도에 관해서는 금통위원들과 논의할 것”이라고 말하며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이날 공개된 4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주상영 금통위 의장 대행을 포함한 6인의 금통위원들이 만장일치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면서 물가 대응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일부 위원들은 “명목임금 상승 등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른 물가의 2차 파급에 대한 우려가 크다”면서 물가 대응에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위원도 “대내외적으로 경기 하방위험과 물가 상방 위험이 동시에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고민스럽기는 하지만,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성장 흐름이 기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통화정책 기조를 중립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5월 인상 이후 한은이 이번 인상 사이클에서 어디까지 금리를 끌어 올릴 수 있는 가다. 경기둔화 우려가 더 커질 하반기부터는 금리 인상이 쉽지 않기 때문에 올해 연말 금리 상단은 2%대 전망이 유지되고 있다. 이번 달엔 금통위가 금리 조정을 한 차례 쉬어갈 수도 있다고 봤던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4월 물가가 4.8%를 기록한 만큼 한은의 5월 인상 위험이 커졌다”면서도 “연말 기준금리 상단은 2.0%에서 추가로 상향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