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NA백신 개발이 핵심인데…특허회피가 난제
by박철근 기자
2021.08.05 18:09:22
작은 투자규모·임상대상자 확보 등 과제
전문가 “성패 여부 관계없이 장기적으로 투자·지원필요”
영·독 등과 국가협력 확대…백신 투자지역 첨단투자지구 우선지정도
[이데일리 박철근 박경훈 기자] 정부가 5일 발표한 ‘K-글로벌 백신 허브화 비전 및 전략 보고대회’는 내년 상반기 중 국산 코로나19 백신의 상용화, 2025년 세계 5대 백신강국으로의 도약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와 관련 반도체·배터리와 함께 백신을 3대 국가전략기술 분야로 선정해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백신 개발은 1~2년 내에 할 수 있 는게 아니다”라면서 지나친 낙관을 경계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종식되더라도 또 다른 바이러스, 또는 기존 바이러스의 변이가 발생할 지 모른다”며 “당장 효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백신주권을 위해 항구적으로 투자·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권덕철(오른쪽) 보건복지부 장관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K-글로벌 백신 허브화 비전 및 전략 보고대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보건복지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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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우선 내년 상반기 중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을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백신개발을 하고 있는 국내기업은 SK바이오사시언스, 제넥신, 유바이오로직스, 진원생명과학 등 7개사가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현 시점에서는 지난 6월 임상 3상 시험계획 승인을 신청한 SK바이오사이언스(SK바사)의 백신이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SK바사 백신은 단백질합성항원 방식으로 코로나19 백신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모더나·화이자의 mRNA방식과는 다르다.
특히 mRNA 백신의 경우 개발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의료계 반응이다. 원천기술이 필요한 분야일뿐만 아니라 관련 특허만도 수백가지에 이르기 때문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mRNA 백신은 관련 특허만 300가지 이상으로 알고 있다”며 “개발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특허 회피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특허청을 중심으로 특허회피전략을 짜고 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mRNA 백신 개발을 위해서는 원천기술이 필요하다”며 “특히 해외기업의 특허를 피하면서 독자기술개발을 위해 특허청 중심으로 적극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강호 복지부 글로벌백신허브화추진단장도 “특허청에서 지난달 mRNA백신과 관련한 개략적 분석을 통해 200여개의 기관을 대상으로 특허설명회를 했다”며 “특허분석과 회피전략을 동시에 마련해 연구단계부터 기존 특허를 회피할 수 있는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세계 5대 백신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2026년까지 2조2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확보한 2000억원을 제외하면 연 5000억원 수준이다. 백신개발에 필요한 여러가지 비용을 감안했을 때 규모가 작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모더나에만 약 3조원을 투자한 것을 비롯해 코로나19 백신개발에 180억달러(약 20조4100억원)를 투입했다.
김만수 기획재정부 혁신성장추진기획단 팀장은 “2조2000억원은 민간투자와 공공자금 등을 제외한 순수한 재정투자 규모로 결코 작은 수준은 아니다”라며 “지방비 배정이나 융자 및 펀드 등 금융지원, 예비타당성 사업 총사업비까지 포함하면 백신허브 구축 지원규모는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백신개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임상인원 확보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3만명의 임상실험을 하려면 검사비와 참여비 등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다”며 “이를 민간기업 차원에서 해결하기는 어렵다.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단장은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임상시험은 어렵다”며 “비교임상에서도 4000명의 피험자가 필요하고 이중 10%를 국내에서 모집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머지 해외에서 피험자 모집시 전폭적인 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글로벌 생산협력 강화를 위해 기존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독일, 캐나다, 호주 등과 협력도 강화한다.
글로벌 백신 허브 기반을 신속히 구축하기 위해 △생산역량 확충 △차세대 백신 신속 개발 △국산 백신 글로벌 진출 △백신산업 생태계 조성 등 4가지 중점과제에 범정부적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백신 개발· 생산을 위한 핵심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선정해 세제 혜택을 강화하고, mRNA 등 차세대 백신 플랫폼 생산기반 구축 및 양산·품질관리 지원을 확대한다.
아울러 백신 생산에 필요한 원부자재 자립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투자유치 촉진을 위해 백신·원부자재 투자 지역은 첨단투자지구로 우선 지정을 추진하고, 관련 투자 유인을 확충키로 했다.
특히 다양한 변이바이러스에 사용할 수 있는 다가·범용 백신, 신속제작 가능 백신 플랫폼 확보와 함께 고부가가치 백신과 탄저백신과 같은 민간기피백신 등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