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국감]은성수 "편면적 구속력, 재판권리 박탈 문제 있어"(종합)

by이승현 기자
2020.10.12 18:18:27

사실상 부정적 입장 드러내
"금융사 회장 셀프연임 감독은 경영간섭 아냐"
금감원에 은행임원 징계 위임 ''법적논란'' 제기
"뉴딜펀드, 투자자 책임 명시할 것"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2일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편면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사실상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 문제를 지적하는 건 부당한 경영간섭은 아니라고 의견을 밝혔다. 금융감독원에 대한 은행 임원 제재 위임을 두고 법적근거 논란이 제기되자 이 문제를 살펴보겠다고 했다.

은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소비자 보호를 두텁게 하기 위해 편면적 구속력을 부여를 추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일견 이해가 되지만 헌법에서 보장한 재판받을 권리를 박탈하는 게 맞느냐는 의문도 있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이렇게 말했다.

편면적 구속력은 금감원이 분조위 결정을 내리면 소비자만 불복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금융기관은 그대로 수용토록 하는 것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편면적 구속력을 언급한 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내놨다.

금융위원장이 공식 자리에서 편면적 구속력 부여 문제에 대한 의견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김 의원은 이날 오전 “(금융지주 회장이) 사외이사나 자신이 지명한 회장선출위원회에서 연임하고 있다”며 셀프 연임 문제를 제기했다. 은 위원장은 이 문제에 대한 감독을 하는 건 경영간섭이 아니라고 했다.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해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의 셀프 연임을 제한하는 내용의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은 위원장은 다만 올 초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한 금융감독원 중징계에 금융지주 경영진이 불복한 것에 대해 “수용성이 있었으면 한다”면서도 “본인 권리구제를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은 법원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금감원 중징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사건에서 금감원이 실제 제재권한이 있는 지 의문을 제기한 부분을 부각했다. 윤 의원은 “법원은 문책권한이 금융위에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은 위원장은 이에 대해 금융위가 금융사 제재 권한이 있지만 은행에 대해선 금감원에 이를 위임했다고 설명했다. 은 위원장은 “금융투자회사 징계는 금융위가, 은행 징계는 금감원에서 한다. 균형이 맞지 않는 게 있다”며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 주도 뉴딜펀드가 원금보장이 되도록 인식하게 발언한 것에 대해선 재차 잘못을 인정했다. 은 위원장은 당초 뉴딜펀드 발표 브리핑에서 원금보장을 강조했다가 이후 말을 바꿨다는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이 같이 말했다.

은 위원장은 “처음 펀드를 출시할 때 손실은 자기책임이라는 점을 명시해 국민 세금으로 (손실을 보전)하는 것을 막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뉴딜펀드는 내년 본격 출시를 목표로 현재 투자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관련 설명회 등을 열 계획이라고 했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미국과 일본 금융당국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규제를 차별화하고 차등화한다”며 지방은행에 대한 차별화된 감독체계 마련을 주문했다. 은 위원장은 “공감하는 부분”이라며 “지역경제에서 비중을 감안하면 지방은행이 잘 되야 한다. 감독체계 차등화 등은 살펴보겠다”고 했다.

은행권의 편법적인 ‘끼워팔기’ 관행도 경고했다.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올해 4~6월 시중은행의 코로나19 대출 총 67만7324건 가운데 신용카드 등 다른 상품에 함께 가입된 게 전체의 34%인 22만8136건에 달했다. 코로나19 대출 3건당 1건 꼴로 끼워팔기가 있었던 것이다. 은 위원장은 “금감원에선 지도와 경고를 한다”며 “금감원과 협의해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유동수 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금융감독체계 개편문제에 대해선 정부조직 개편과 연계해 큰 틀에선 살펴봐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유 의원은 금융감독 정책기관(금융위)과 집행기관(금감원)이 분리된 게 문제라며, 금융산업정책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감독업무 전반은 총리실 산하에 금융감독위원회를 둬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 위원장은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폐지에 대한 우려를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1월 국무회의에서는 아니지만 나중에 법무부 장관과 만났을 때 합수단 폐지를 우려한다는 정무위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오른쪽 뒷모습)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제시한 ‘옵티머스 자산운용의 펀드 자금흐름도’ 자료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