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NO' 마스크로 버틴 트럼프…"코로나TF 해체, 美경제 재개"

by김정남 기자
2020.05.06 16:46:31

38일 만에 첫 외부행사 나선 트럼프
마스크 안 쓴 채 "집에만 있을 수 없다"
美, 백악관 코로나TF 해체까지 검토
일각서 "너무 이르다"…사망 7만 돌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허니웰의 N95 마스크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뉴욕=이준기 특파원] “미국은 곧 경제를 재개해야 합니다.”

5일(현지시간) N95 마스크를 생산하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허니웰(honeywell) 공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38일 만에 가진 외부행사로 허니웰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28일 해군 병원선 USNS 컴포트호를 배웅하기 위해 버니지아주 노퍽을 방문한 이래 외부 행사를 자제해 왔다.

그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고글만 착용한 채 허니웰 공장을 둘러보면서 경제 재가동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미국은 이제 (경제를 다시 여는) 전투의 다음 단계에 와 있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경제 재가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백악관 내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해체까지 검토하고 있다. 반면 경제 재가동과 TF 해체 모두 시기상조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코로나19 TF를 이끄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주(州)들이 경제를 재개함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TF 해체를 논의하고 있다”며 “연방재난관리청(FEMA)으로 이관이 이번달 말 또는 다음달 초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TF가 없어지는 건 곧 코로나19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김’이 더 세질 수 있음을 뜻한다. TF 내에서 ‘전염병 대통령’으로 불린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등 경제 재개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날 때마침 허니웰 공장을 찾은 것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의지를 보이기 위한 자리라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ABC뉴스와 인터뷰에서도 같은 입장을 반복했다. 그는 실업자가 3000만명 이상 급증한 점 등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미국을 다시 되찾아야 한다”며 “앞으로 3년간 집에만 있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바닥을 기던 국제유가부터 폭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거래일 대비 20.5% 급등한 배럴당 24.56달러를 기록했다. 6월물 브렌트유는 30달러선을 넘었다. 봉쇄가 풀리고 경제가 돌 경우 원유 수요가 늘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강공 모드에 대한 우려도 있다. 경제를 다시 여는 건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이날 현재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는 7만900명에 이른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기존에 알려졌던 것보다 최소 1700명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는 보도(AP통신)도 나왔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 전 사망했다가 이후 검사를 통해 감염이 확인된 사람 등이 포함된 수치다. 특히 노약자들이 사는 요양원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미국 뉴욕 시민들이 지난 3일(현지시간) 브루클린 지구의 프로스펙트 공원에서 무료 마스크를 받기 위해 줄지어 있다. (사진=신화/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