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아이폰서 구글·삼성페이 되나…애플, 타 업체 접근 허용
by장병호 기자
2024.07.11 21:48:38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애플이 유럽연합(EU)의 ‘과징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유럽 아이폰 이용자를 대상으로 애플페이 외의 다른 결제 방식을 허용할 전망이다. 유럽 아이폰에서는 앞으로 알파벳의 ‘구글 페이’, 삼성의 ‘삼성페이’ 등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연 기자회견을 통해 “애플은 아이폰의 ‘탭앤고’(tap-and-go) 기술에 경쟁업체들의 접근을 허용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베스타게르 부집행위원장은 “이 기술 접근 권한은 (경쟁업체에) 무료로 제공된다”며 “이번 (애플 측) 약속으로 애플페이에 관한 (반독점법 위반) 조사를 종결한다”고 했다. 또한 애플이 이달 25일까지 시정안을 이행해야 함을 밝히며 “25일부터 (외부) 개발자는 애플페이에 탑재됐던 것과 동일한 탭앤고 기술을 갖춘 모바일 지갑을 아이폰에 제공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번 조치는 EU 27개국을 포함한 유럽경제지역(EEA) 전역에서 10년간 유지된다.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연간 전체 매출의 최대 10%까지 과징금과 일일 매출의 5%에 대한 이행 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다.
탭앤고는 근거리 무선 통신(NFC) 결제 방식으로 휴대전화를 갖다 대면 결제되는 방식이다. 애플은 아이폰 등 자사 기기에서 애플페이만을 허용해 왔다. 이에 집행위는 2020년 애플페이의 시장 지배력을 고려할 때 공정한 경쟁 환경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반독점법 조사를 시작했다.
2022년 5월 예비조사 결과에서 애플페이 운영 방식이 반독점법상 ‘불법’에 해당한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후 심층 조사에 착수했다. 최종 결론이 반독점법 위반으로 결정될 경우 애플에 거액의 과징금이 부과될 상황이었다. 이에 애플은 지난 1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에서 NFC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정안을 냈다.
일부 외신들은 EU가 이날 애플의 시정안을 수용하고 조사를 종결하기로 한 결정을 두고 EU와 애플 간 보기 드문 ‘일시적 휴전’이라고 평했다. EU 집행위는 올해 초 애플이 음악 스트리밍 앱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소비자가 더 저렴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기회를 차단한다며 18억 4000만 유로(약 2조 7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애플은 이에 반발해 EU 일반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