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사전 내정설' 현실화…검찰총장 낙점 밀린 까닭은?
by이배운 기자
2022.08.18 17:50:45
총장 건너뛴 檢특수통 인사…文정권 비리수사 가속 효과
한동훈 "새 총장 임명 시간 오래걸려…산적한 현안 많다"
총장직무대리 광폭 행보…‘사실상 검찰총장’ 존재감 굳혀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윤석열 정부 첫 검찰총장 최종 후보자로 낙점됐다.
이 후보자는 일찍이 차기 검찰총장으로 내정됐지만, 문재인 정권 권력형비리 수사에 속도를 내기 위해 계획적으로 총장 임명 시기를 미룬 것 아니냐는 일각의 ‘사전 내정설’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
| 윤석열 정부 초대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된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가 1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소감을 발표하기 위해 현관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제청을 받고 이날 정권 첫 검찰총장으로 이 후보자를 지명했다. 이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내달 중순께 정식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는 한 장관이 의도적으로 검찰총장 임명을 미루고 검찰 고위급·중간급 간부 인사를 먼저 단행했다고 보고 있다. 내달 10일 ‘검수완박(검찰수사권완전박탈)법’ 시행이 임박한 상황에서 굵직한 권력형비리 수사들을 본격화하려면 총장 임명보다는 실무진 진용 정비가 시급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검찰 주요 보직에 ‘특수통’ 출신 검사들이 전진 배치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변호사비 대납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대장동 개발·로비 특혜 △여성가족부 공약 개발 등 권력형비리 수사가 급물살을 탔고, 일부 의혹은 기소 결정이 임박한 상황이다.
법조계는 한 장관이 검찰총장 인사를 먼저 추진했다면, 일선 수사팀들은 여전히 진용을 갖추지 못하고 별다른 수사 성과도 거두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새 검찰총장을 임명하려면 추천위원회 구성부터 취임까지 통상 2개월 이상 소요되기 때문이다.
검찰은 검수완박 법이 시행되면 일단 기존에 수사하던 사건은 계속 수사할 수 있지만 향후 수사 과정 전반에 적잖은 제약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듯 한 장관은 지난 6월 “새 총장이 자리를 잡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현재 산적한 현안이 많다”며 총장 인사를 건너뛴 간부급 인사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가 검찰총장 임명이 사실상 확정된 것처럼 적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해온 점도 이러한 ‘내정설’을 뒷받침한다. 지난 5월부터 총장 직무대리를 맡은 그는 검찰 내부 기강 잡기에 주력했고 언론 등 대국민 소통에 적극 나서면서 ‘검찰 1인자’로서의 존재감을 굳혔다. 최근 검찰이 민생 범죄 엄단 특별대책을 5차례 연속 내놓은 것도 이 후보자가 적극 추진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이 후보자는 검찰총장 직무대리로서 한 장관과 검찰 간부 인사를 10여 차례 논의한 당사자다. 차기 검찰총장은 인사 과정에 일체 참여하지 못한 탓에 업무가 어려울 것이라는 이른바 ‘식물총장’ ‘총장패싱’ ‘허수아비’ 비판을 뒤집는 셈이다.
이 후보자가 윤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는 점, 한 장관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친분을 쌓아온 점, 조직 내 신망이 두텁고 실력이 입증됐다는 점도 총장 지명을 예상케 한 부분이다. 현직 검찰 관계자는 “업무 능력이 출중하고 인품 덕에 따르는 후배들도 많은 분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한편 이 후보자는 이날 총장 지명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사전에 총장 임명이 정해졌던 것 아니느냐’는 질문을 받자 “저한테 맡겨진 일을 할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지명 전후로 윤 대통령에게 연락 및 메시지를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엔 “따로 메시지를 받거나 한 것은 없다”고 선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