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逆환율전쟁' 우려…옐런 방한으로 외환시장 안정책 나올까

by최정희 기자
2022.07.18 19:02:36

달러인덱스 12.6% 올라…원화는 11.5% 급락
3개 분기 연속 70억~80억달러씩 달러 순매도 개입
외환보유액 넉 달 연속 감소…240억달러 줄어
"외환위기 대비해 '한시적 통화스와프'라도 해야"
"통화스와프 체결되더라도 환율 상승세 못 막아"

[이데일리 최정희 이윤화 기자] 미국 물가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한 달러 초강세가 지속돼 원·달러 환율이 최악의 경우 1400원까지 급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물가’를 수입하지 않기 위해 환율 급등세를 막기 위한 달러 순매도 개입이 이뤄지면서 ‘역(逆)환율 전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외환보유액도 넉 달 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외환시장 안정 협력’에 합의키로 하면서 19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외환시장 안정책이 나올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 한국은행은 이번 방한에선 ‘통화스와프’를 논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통화스와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통화스와프가 체결되더라도 현재의 환율 급등세를 막기엔 역부족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39개국 통화 중 17개국 통화가 달러화 대비 약세폭이 10% 이상에 달했다. 원·달러 환율은 15일 1326.1원까지 올라 연초 이후 달러화 대비 11.5% 떨어졌다. 달러인덱스가 12.6% 오른 점을 고려하면 달러와 유사하게 원화가 폭락한 것이다. 일본 엔화와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는 달러화 대비 20.2%, 11.3%, 12.2%나 급락했다. 중국 위안화, 호주달러는 6.3%, 6.8% 절하됐다.

문제는 자국 통화가 약세를 보일수록 구매력이 떨어지고 수입물가가 높아져 ‘고물가’우려가 커진다는 점이다. 이를 막기 위해 자국 통화 약세를 최대한 막거나 환율 급등세를 완화하려는 ‘역(逆)환율 전쟁’이 나타나고 있다. 달러 순매도 개입에 나서면서 외환보유액이 감소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작년 3분기 외환시장에서 71억4000만달러를 내다 판 데 이어 4분기와 올 1분기에도 각각 68억9000만달러, 83억10000만달러를 순매도해 3개 분기 연속 70억~80억달러 가량을 순매도했다. 달러 순매도와 달러 가치 급등에 외환보유액은 3월부터 6월까지 넉 달째 감소, 234억9000만달러가 줄었다.

달러 초강세가 언제 꺾일지 쉽게 예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환율은 고점을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진욱 씨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빠른 금리 인상, 글로벌 경기침체 위험, 지정학적 긴장 장기화, 메모리칩 다운사이클 등으로 환율이 석 달 이내 1350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부동산 시장 악화 등 진짜 위기가 닥친다면 1400원대까지도 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역환율 전쟁이 가속화될 경우 외환보유액만 축낼 수 있어 달러 유동성 부족과 같은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선경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외환시장 개입 과정에서 각국의 외환보유액이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수준까지 감소할 경우 또 다른 환율 불안이 야기될 수 있음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런 측면에서 19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방한이 외환시장 안정책을 마련하는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옐런은 19일 오후 1시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시작으로 3시께 윤석열 대통령, 4시 30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난다. 반면 옐런과의 만남에선 ‘한미 통화스와프’가 논의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13일 기자회견에서 “통화스와프는 미 재무부 업무가 아니고 연준 역할이기 때문에 옐런 장관과 통화스와프를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다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오셨을 때 양국간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여러 방안을 고려하기로 했기 때문에 추 부총리와 옐런 장관 사이에서 얘기가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여전히 통화스와프에 대한 기대감은 높은 편이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18일 한미 통화스와프 논의 가능성에 대해 “한미 경제 현안 관련 하나하나가 논의될 것”이라면서도 “딱히 짚어서 그것을 논의한다, 안한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이 더 불안해져 외환보유액이 더 많이 감소하고 문제가 생길까봐 불안하기 때문에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며 “대외충격에 민감한 소규모 개방경제임을 고려하면 한시적 통화스와프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통화스와프로 현재의 환율 급등세를 막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스와프를 갖고 있는 것은 없는 것보다 낫다”면서도 “스와프를 했다고 해도 지금의 환율 흐름 자체가 완전히 역전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상시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는 엔화는 원화보다 가치가 더 급락했다. 또 2008년 10월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된 이후에도 환율은 더 올라 2009년 3월 장중 1597.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에 따라 박 연구원은 “환율이 국내 펀더멘털 흐름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기 때문에 경기가 경착륙으로 가지 않도록 각종 대책을 마련하고 국내 금융시장의 경우 저신용자의 파산 등 가계부채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