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고에도 회사채 발행 강행'…여천NCC, 수요예측 전량 ‘미매각’

by박정수 기자
2022.02.14 18:09:00

2000억 모집에 0원 매수 주문…전량 미매각
금리 밴드 50bp까지 열어도 기관 외면
“여수산단 공장 폭발 사고에도 무리한 발행”
NH·KB·한투證 등 총액인수 나설 예정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여천NCC가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전량 미매각이 났다. 여수산단 내 여천NCC 공장의 폭발 사고에도 무리하게 수요예측을 진행한 탓에 기관투자가 한 곳도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1일 전남 여수시 화치동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여천NCC 3공장 폭발 사고 현장에서 국과수 직원이 현장을 살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여천NCC(신용등급 A+)가 이날 진행한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제74-1~2회) 수요예측에서 단 한 곳의 기관투자가도 매수 주문을 넣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트랜치별로 3년물 1200억원, 5년물 800억원으로 총 2000억원의 모집에 나섰으나 부분 미달도 아닌 주문액 0원으로 전량 미매각을 기록했다.

금리밴드도 5년물의 경우 개별민평 수익률의 산술평균에 -30bp~+50bp(1bp=0.01%포인트)를 가산한 이자율을 제시했음에도 어떤 기관투자가도 수요예측에 들어오지 않았다. 3년물의 경우 금리밴드를 -30bp~+30bp를 제시했다.

한 증권사 채권딜러는 “5년물의 경우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금리 상단을 열어주기까지 했으나 미매각이 발생했다”며 “여수산단 내 여천NCC 공장의 폭발 사고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1일 전남 여수시 화치동 소재 여천NCC 3공장에서 열교환기 기밀시험 중 열교환기 덮개가 이탈돼 근로자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직후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와 광주노동청 소속 근로감독관은 사고 현장에 출동해 여천NCC 3공장 전체에 작업 중지를 명령하고 재해 원인 조사에 나섰다.



또 고용부는 여천NCC 경영책임자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화학제품제조업체인 여천NCC의 근로자는 약 960명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의 사업장에서 노동자 사망 등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고를 막기 위한 의무·책임을 다하지 않은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날 고용노동부 광주노동청은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에서 발생한 폭발사고와 관련해 오전 9시쯤부터 여천NCC 현장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여천NCC는 11일 증권신고서를 공시하며 공모채 발행에 나섰다. 특히나 이날 시장 우려에도 무리하게 공모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것이다. 여천NCC는 이번 조달을 통해 오는 8월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1000억원)와 KDB산업은행에 시설자금(400억원)을 상환할 예정이다. 또 원재료(나프타) 구매(600억원)에도 사용할 계획이다.

여천NCC 미매각 물량은 대표 주관을 맡은 NH투자증권(005940)과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해 인수단으로 참여한 한화투자증권(003530)과 미래에셋증권(006800),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039490), 유안타증권(003470), 한양증권(001750), DB금융투자(016610) 등이 총액인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 주관 증권사 관계자는 “여천NCC 공모채 발행과 관련해 현재 답변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 운용사 채권매니저는 “정기 발행에 나서는 이슈어(발행사) 갑질에 증권사들이 인수단에 대거 참여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증권사들은 시장 점유율 탓에 어쩔 수 없이 주관이나 인수단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