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셀 출신 9명 중 4명…한화그룹 '3세 경영' 본격화(종합)

by경계영 기자
2020.09.28 16:46:55

전문성과 전략 실행력 중심 발탁
연령대도 낮아져…평균 CEO 55.7세로
김동관 대표와 일한 인물도 '주목'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한화그룹이 28일 10개 계열사의 대표이사 조기 인사를 단행하며 내건 키워드는 ‘전문성과 전략 실행력’이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시장을 선점하려면 이같은 능력이 필수라는 판단이었다.

나이와 연차에 상관없이 젊은 세대로의 교체도 단행했다. 그룹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김은희 한화역사 대표이사(42·상무)를 내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내정자 10명의 평균 연령은 51.3세로 한화그룹 CEO의 평균 연령을 종전 58.1세에서 55.7세로 두 살 이상 낮췄다.

숨겨진 또 다른 키워드는 ‘김동관의 사람’이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신임 한화솔루션(009830)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제외한 대표이사 내정자 9명 가운데 4명이 한화큐셀에서 근무하며 김동관 신임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한화그룹 ‘3세 경영’이 본격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동관 대표는 2010년 한화그룹에 입사한 이후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영업실장,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영업실장 등을 거치며 줄곧 태양광을 비롯한 에너지사업을 맡았다. 이 기간 큐셀 인수와 한화솔라원과의 합병을 주도했고 2015년 한화의 태양광 사업을 흑자로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

탄탄한 태양광 사업에 힘입어 올해 1월 화학·태양광·소재 등 3개 부문을 합쳐 출범한 한화솔루션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서도 올해 1·2분기 연속 1000억원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번 대표이사 내정자 가운데 김동관 대표와 함께 어려움을 헤쳐간 인물이 돋보였다. ㈜한화(000880) 글로벌부문 대표이사엔 김맹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유럽사업부문장이, 한화토탈 대표이사엔 김종서 한화큐셀 재팬법인장이 각각 내정됐다. 이들 모두 한화큐셀이 각각 유럽 내 주요국과 일본에서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서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한화 방산부문 대표이사로 내정된 김승모 ㈜한화 사업지원실장은 직전 한화큐셀코리아에서 국내사업부장과 대표이사를 역임했던 인물이다. 한화종합화학 전략부문 대표이사로 내정된 박승덕 한화솔루션 사업전략실장 역시 한화솔라원에서 치동법인 PM팀장과 연운항법인장을, 한화큐셀에서 경영관리부문장과 셀사업부장을 거쳤다.



(사진=한화그룹)


지난해 12월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불과 9개월 만에 다시 사장으로 승진한 김동관 대표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커진다.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데 4년이 걸린 데 비해 사장으로의 승진엔 1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부사장으로 승진했을 당시 김동관 대표는 통합법인 한화솔루션의 전략부문장으로서 사내이사로 이사회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렸을 뿐 아니라 ㈜한화에 신설된 전략부문장을 겸직했다. 모기업인 한화의 주요 사업 미래 전략 방향을 설정하고 새로운 시장 개척과 성장동력 발굴을 맡는 중책이었다.

그는 한화솔루션에서 미국 에너지 소프트웨어 회사 ‘GELI’를 인수해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4차 산업 기반 미래형 에너지 사업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을 뿐 아니라 지난달엔 포르투갈 발전소 사업권을 수주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한 태양광 발전소 사업 진출에도 성공했다.

이번 승진에 대해 한화그룹은 “김동관 대표는 한화솔루션에서 친환경에너지와 첨단소재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사업 재편과 미래 사업 발굴을 주도하면서 안정적 수익 구조를 창출하는 데 기여했다”며 “기후변화 등으로 세계 신재생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데 따라 김 대표의 전문성과 풍부한 네트워크 등이 더욱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내년 초 김승연 회장의 복귀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는 상황이다. 김 회장의 경우 계열사 부당 지원 등으로 집행유예 5년이 지났고 그로부터 제한된 2년 간의 취업이 내년 2월 부로 풀릴 예정이다. 김 회장의 나이가 내년 69세로 경영에 복귀할 수 있다보니 승계 구도가 가속화하기보다 책임 경영에 무게는 두는 분위기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김동관 대표가) 전략부문장으로서 대표이사를 맡아 좀 더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에 책임감을 갖고 업무에 임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