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급락에 정책변경까지… ‘안팎 악재’에 발전업계 ‘한숨’

by김정유 기자
2020.05.27 16:55:58

1분기 발전량 8% 늘었지만, 민간발전업계 실적은 ‘뚝’
코로나19에 따른 유가하락, SMP 연동되며 수익성 영향
정부 RPS 제도 변경 추진도 악재, 업계 집단반발 여파
가격산정 시점·기준 변경, “불확실성 커 투자유치 힘들어”

GS EPS 당진LNG복합화력발전소 4호기 전경. (사진=GS EPS)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민간발전업계가 최근 유가 급락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신재생 공급의무화(RPS) 제도 변경 등 ‘이중고’로 신음하고 있다. 발전업체들의 실질적인 수익인 ‘전력판매가격’(SMP)이 유가와 연동되며 당장 2·3분기부터 큰 폭의 실적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더불어 정부가 발전단가를 낮추기 위해 고정가격이었던 신재생에너지 거래가격을 변동가격으로 변경하기로 하면서 경영 불확실성까지 키우는 모양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민간발전업계 발전량은 4만3374GWh로 전년 동기대비 8.3% 늘었다. 정부의 겨울철 석탄발전 감축정책으로 석탄발전량이 감소하면서액화천연가스(LNG) 중심인 민간발전량 규모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작 민간발전업체들의 실적은 증가한 발전량과 반비례하는 모습이다. 주요 민간발전업체인 SK E&S, GS EPS, 포스코에너지 등은 매출이 모두 줄었고 수익성도 신규사업 영향을 받은 포스코에너지를 제외하면 모두 감소했다.

SK E&S의 올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37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8% 줄었다. 당기순이익 역시 7% 감소한 2125억원을 기록했고 매출액도 2조196억원으로 9% 감소했다.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고꾸라진 셈이다. GS EPS의 영업이익 감소폭은 더 컸다. 이 회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33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6%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38% 급감한 310억원을 기록했고 매출액은 2127억원으로 27% 줄었다. 포스코에너지의 경우엔 지난해 9월 포스코로부터 이관받은 LNG터미널 사업이 올초부터 운영되면서 민간발전업계 ‘빅3’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늘었지만 주력인 발전 부문만 보면 타 업체들과 상황이 비슷하다.

이 같은 발전업계 수익성 악화는 한국전력공사가 업체에 지급하는 SMP 감소에 따른 것이다. 일반적으로 발전업체들은 생산한 전력을 한전에 팔아 수익을 얻는데, 이때 SMP는 판매가격의 기준이 된다. 하지만 올 1분기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제유가가 18년 만에 최저치인 배럴당 20달러선까지 떨어지면서 유가에 연동되는 SMP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실제 1분기 SMP는 kWh당 83.29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4.3% 감소했다.

문제는 2분기부터다. 일반적으로 유가는 3~4개월의 시차를 두고 SMP에 반영된다. 때문에 오는 7월부터 더 큰 폭의 SMP 하락이 예상되면서 발전업체들의 실적도 대폭 악화될 전망이다. SK E&S 관계자는 “유가 급락으로 원료비 부담이 다소 완화되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전력판매가격 감소폭이 더 커 업체들의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라며 “코로나19로 전력 수요 감소까지 겹치면서 당장 2분기부터 실적이 대폭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유가급락이라는 외부 변수에 이어 내부 변수도 발전업계를 흔들고 있다. 민간발전업체들은 LNG발전 뿐만 아니라 태양광 등 신재생 발전사업도 영위하고 있는데, 정부가 최근 RPS 제도 변경 움직임을 보이면서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RPS는 발전업체들이 총 발전량의 7% 이상을 의무적으로 신재생에너지로 만들어야 하는 제도다.

정부가 변경하려고 하는 것은 신재생에너지 거래가격에 대한 기준이다. 현행 RPS 제도는 발전업체들이 신재생에너지를 SMP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더한 고정가격에 매입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변경된 기준에 따르면 앞으로는 REC만 고정가격으로 하고, SMP는 매번 변동되는 시장가격으로 정산하게 된다. 또한 정산 기준도 기존엔 계약 체결시점이었지만, 변경되는 제도에선 상업운전을 시작하는 시점으로 바뀐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 같은 정책 변화가 현실화되면 수익성이 나빠지고 신재생 투자 관련 외부 자금조달이 사실상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SK E&S 등 대형 민간발전업체들도 신재생 발전 투자를 위해선 외부 자금조달이 필수적이다.

발전업체 A사 관계자는 “신재생 사업의 경우 1MW당 태양광은 약 13억원, 육상풍력은 약 30억원 이상이 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 이처럼 정산제도가 바뀌면 프로젝트파이낸싱 등 대규모 자금조달 자체가 불가능하고 현재로선 신재생 발전소별로 최소 10% 이상의 매출 감소까지 예상된다”며 “상업운전 시작부터로 정산시점이 변경되는 부분도 업체들이 미래 시점의 SMP와 REC 가격을 다 예측해야 하는데 현실적이지 못하다. 최소 2년, 최대 10년 이후의 SMP를 어떻게 예측하겠느냐”고 반박했다.

민간발전협회, 한국풍력산업협회 등 민간발전업계 대표 단체들은 최근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RPS 제도 변경 방침에 반대하는 정책 건의문을 공식적으로 제출하기도 했다. 업계 반발에 당초 지난 22일 개최 예정이었던 전력거래소의 기후 신재생 비용실무협의회도 보류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유가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다 신재생에너지 정책 변화로 경영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업계의 고심이 크다”며 “특히 정책 변경과 관련해선 산업생태계가 위축되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