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구속길' 눈물로 배웅한 장제원, 알고보니 '원조 호위무사'

by김미영 기자
2018.03.23 17:36:10

MB정권 탄생시킨 뉴라이트-선진국민연대 출신
촛불집회, 용산참사 등 MB 위기 때마다 ‘엄호’
19대 불출마 때도 “대통령에 부담될라 결심”

22일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 찾은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눈물이 자꾸 흐릅니다. 지금 이 순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22일 늦은 밤. 뇌물 수수와 횡령 혐의 등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이 전 대통령의 서울 논현동 자택에 함께 있던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이러한 글을 남겼다. 23일 자정을 갓 넘겨 이 전 대통령이 검찰 호송차에 오르기 전, 장 수석대변인은 같은 당 권성동 의원 등과 함께 먼저 나와 기다리다 이 전 대통령을 배웅했다. 눈물을 훔쳐내던 장 수석대변인은 이 전 대통령이 내미는 손을 잡고 허리를 90도로 숙여 깊이 인사를 했다.

장 수석대변인은 이제는 실체 없이 사라진 친이명박계의 원조 격이다. 그는 이명박 정권 탄생에 기여한 뉴라이트전국연합의 부산연합 공동대표 출신이다. 2007년 한나라당(한국당의 전전신)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직돼 이명박 후보를 도운 선진국민연대 교육문화위원장 출신이기도 하다. 선진국민연대는 당시 전국에 400만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했던 이명박 후보의 거대 외곽 지지단체로, 이명박 정권에서 ‘왕차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부터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 권성동 의원, 조진래 의원, 김대식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현 여의도연구원장) 등이 참여했다.

선진국민연대가 이명박 정권 출범 1년 후인 2009년 2월께 자진해체키로 하자, 장 수석대변인은 언론과의 통화에서 “선진국민연대가 발전적으로 해체해 앞으로 대통령과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18대 국회에 초선으로 입성한 장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엄호하는 데 앞장섰다. 2008년 출범한 지 얼마되지 않아 이명박 정권을 궁지로 몬 ‘광우병’ 촛불집회가 터졌을 때부터 장 수석대변인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야당 의원들을 향해 “차라리 재야운동하지 왜 국회의원 했느냐”고 맹비난했던 그는 그해 가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모차부대의 한 어머니에게 고압적으로 호통을 쳐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빗나간 모정’ ‘아동학대’ 등을 언급하고 발언을 요청하는 어머니를 향해 “묻는 말에나 대답하세요” “말하지 마세요”라고 소리를 쳤다. 장 수석대변인이 이후 스스로 “호통 쳤던 부모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고 사과했던 사건이기도 하다.



이듬해 용산참사가 발생하자 장 수석대변인은 행안위에서 “선량한 시민, 돈 없고 ‘빽’ 없는 서민과 살인도 가능한 새총으로 무장된 폭력을 일삼는 집단이 같나”라며 철거민을 폭력집단으로 규정했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향해 과잉진압의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엔 “대통령을 굴복시키려는 떼쓰기이고, 정치적 야욕과 민생을 맞바꾸는 무한 이기주의”라고 반박했다.

장 수석대변인은 19대 총선을 앞두고 부산 사상구에서 재선 도전을 포기하고 불출마를 선언한 때에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드러냈다.

2011년 12월 16일 산악회 간부들에게 돈봉투를 돌린 혐의가 불거져 검찰에 고발당했던 그는 같은 달 20일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그는 “거듭 태어나려고 몸부림치는 한나라당에 저 자신이 쇄신의 걸림돌이 될 수는 없다”며 “어려운 시기에 이명박 대통령에게 저의 불미한 일로 부담이 돼서는 안된다는 절박함도 결심을 앞당기게 했다”고 했었다. 장 수석대변인은 이듬해 3월 관련 혐의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지금 이 순간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한 장 수석대변인이 구속 수감된 이 전 대통령을 위해 향후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