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단톡방' 곤욕 치른 대학가, 성폭력 예방교육 확산
by유현욱 기자
2016.09.20 17:44:03
대학가 잇단 성(性)희롱 사건 물의에 강제화 전환
미이수 학생 ''성적조회 차단'', 교직원도 불이익 방침
전문가 "경각심 고취 필요..콘텐츠 개발이 관건"
|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경영관 건물 앞에 ‘폭력예방교육 의무 이수 시행’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유현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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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최근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단톡방) 성희롱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연세대가 재학생은 물론 교수·교직원 등 학내 모든 구성원들에게 성폭력·성희롱 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했다.
대학가에서 남학생들의 ‘단톡방’ 성희롱 사건이 잇따라 불거지는 등 인권 침해 논란이 커지자 유명무실했던 성폭력·성희롱 예방교육을 강제하기로 한 것이다.
앞서 서울대도 올해 신입생부터 인권·성평등 교육을 받아야만 졸업할 수 있도록 졸업 요건을 변경하는 안을 예고했지만 학내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은 연세대가 처음이다. 연세대는 성폭력 예방교육 이수 여부에 따라 학생과 교직원 등에게 불이익을 줄 방침이어서 다른 대학가로 확산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일 연세대에 따르면 재학생들은 연간 1회 이상 받아야 하는 폭력예방교육을 이수하지 않을 경우 이번 가을학기 말부터 성적조회 시스템 접근이 차단된다. 예방교육을 미이수한 교수·교직원에 대한 제재 방안은 검토 중이다.
학교 측은 총 2시간 분량의 온라인 교육 과정을 마련하고 시·공간의 제약 없이 언제든지 이수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 과정은 △성폭력·성희롱 예방교육(공통) △성매매 예방교육(교직원) △가정폭력 예방교육(공통) △인권교육(공통) 등 4가지로 구성돼 있다. 성폭력·성희롱 예방 교육의 경우 학생용과 교직원용으로 구분된다.
연세대 성평등센터 관계자는 “올해 들어 온라인 폭력예방교육을 시작했지만 이메일 등을 통한 권고에 그치자 1학기 참여 결과가 저조한 것으로 분석됐다”며 “(최근 교내외에서 발생한 사건 등)교육을 의무화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가을학기부터 본격 시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학 본부 측은 시행 초기인 이달까지 교내 언론 연세춘추 및 연세대교육방송(YBS) 등을 통해 적극 홍보에 나서 교육 참가율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연세대 외에 서울대·고려대·서강대 등 ‘단톡방’ 성희롱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다른 대학들도 관련 교육 이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대는 구체적인 졸업요건 변경안을 논의 중이고 염재호 총장
| 연세대 총여학생회가 A학과 남학생 30명으로 구성된 ‘단톡방’ 글을 발췌해 각색 없이 만든 대화 내용 갈무리.(사진=연세대 총여학생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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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지시로 특별대책팀을 꾸린 고려대의 경우 조만간 종합대책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강대는 학생회 임원 등을 대상으로 성희롱 예방교육에 나설 예정이다.
학교 구성원들의 반응은 의무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드러내면서도 긍정적이다. 유상빈 연세대 부총학생회장은 “강제성을 띨 경우 교육의 본질이 훼손되거나 일부 거부감을 보이는 등 부작용의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취지와 필요성에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김남희 총여학생회장은 “취업 등과 연계돼 민감할 수 있는 성적과 결부된 방식이 아니라 학생들을 배려한 보다 나은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고 서길수 교수평의회 의장은 “(의무화에 앞서)어떤 게 최적의 방법인지 고민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내실 있는 콘텐츠 개발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봉석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일어난 ‘단톡방’ 사태 등은 일부 학생들의 성(性)인지 감수성 부족의 단면을 드러낸 것”이라며 “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서라도 당분간 의무적으로 시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교육 이수 의무화 조치가 긍정적인 효과가 있겠지만 실효성 측면에서는 의문이 든다”면서 “각 학교별 특성에 맞는 사례 연구 등을 통해 내실 있는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