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장영은 기자
2016.01.06 21:35:44
잠잠하던 北, 돌연 4차 핵실험 강행…국제적인 압박 탈출 위한 ''벼랑끝 전술''
오랜 기간 준비 거쳐 적절한 시기 선택…정부·전문가집단 모두 "충격적이다"
대북 제재는 오히려 강화될 듯…배후에선 대화·협상 시도할 가능성도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북한이 6일 예상치 못한 돌발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돌출 행동에 대해서도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1일 김 제1위원장이 발표한 신년사는 물론 최근 북한 대내외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핵실험의 전조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올해 신년사에서는 김정은 정권 들어 지속적으로 강조해오던 핵·경제 병진 노선에 대한 언급이 이례적으로 빠졌고, 선군정치도 두차례 밖에 언급되지 않는 등 당분간 북한이 무력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은 극히 적은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북한은 4차 핵실험을 실시했고, 북측의 주장에 따르면 이번 실험은 지난 1~3차 때보다 한단계 더 발전한 핵무기인 수소폭탄 실험이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놀라면서도 “신년사를 비롯해 김 1제위원장의 지난 발언과 현 정세를 다시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정말 충격적”이라면서 “국제사회에서 누구도 지지할 수 없는 행동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북한이) 국가적으로 경제상황 등도 어려운데 비상시국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이 4차 핵실험 시기를 저울질 하다가 아주 절묘한 시기에 했다고 본다”면서 “현재 남북관계도 좋고 미국도 신경을 안 쓰고 북중관계도 복원 조짐으로 보이고 있기 때문에 여러 상황이 안 좋을때보다 (핵실험으로 인한) 데미지가 훨씬 적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미국이 아시아 재균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한·미·일 협력 구도를 복원해 중국을 압박하려는 전야(前夜)인 만큼 중국도 북한을 끌어들여 북·중·러 구도를 형성해 대응하려 할 것”이라며 “북한이 이를 잘 알고 있고 중국은 핵실험에도 북한을 내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단기적으로는 이번 핵실험이 북측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고 봤다. 미국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까지 ‘북핵 불용’ 원칙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박근혜정부와의 남북관계도 어렵게 됐고 미국측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북한에 대한 비판을 경쟁적으로 강력하게 할 수 밖에 없다. 새 정권에서도 그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최근 복원되고 있던 북중 관계에에는 당분간 먹구름이 드리울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북중 관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중국 내부에서는 지난 3차 핵실험이 마지노선이라는 공감대가 있었다”면서 “이번 4차 핵실험으로 김정은 정권과는 더 이상 합리적인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추가 핵실험에 대해 지난 1~3차 핵실험 때와 마찬가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 추가제재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그동안 회를 거듭할 수록 강화되는 안보리 제재조치에도 핵실험을 강행한만큼, 한층 더 강력한 조치가 검토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외교가 안팎에서는 ‘세컨더리 보이콧’ 조치가 거론되고 있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가 이란에 대해 적용했던 경제 제재로, 핵 활동과 관련없는 정상적인 경제활동이라고 하더라고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이나 금융기관 등에 제대를 하는 것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을 결의하기 위해선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북한의 ‘약한 고리’인 인권을 매개로 한 제재안도 가능하다. 유엔은 2014년에 이어 지난해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부치는 내용의 결의안을 총회에서 채택한 바 있다.
다만, 관계 악화와는 별개로 북한의 이번 핵실험으로 북한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미국과 중국이 대화와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을출 교수는 “중국은 단기적으로는 제재 움직임에 동의를 할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북핵 문제의 시급성 중대성을 감안해 핵협상과 대화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