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블록버스터’ 개발 도전 공감대…“1조원 메가펀드 추진 시급”

by왕해나 기자
2021.03.30 18:29:33

한국제약바이오협회 ‘K-블록버스터 글로벌 포럼’ 개최
원희목 회장 “최적화된 전략으로 신약 창출 도전 나서야”

[이데일리 왕해나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연매출 10억 달러(약 1조원) 이상을 기록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 개발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한 제약바이오기업들의 도전과 정부의 지원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허경화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 대표가 30일 열린 ‘K-블록버스터 글로벌 포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30일 오전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생중계한 ‘K-블록버스터 글로벌 포럼’에서 국내외 산·학 전문가들은 국내 환경에 맞는 전주기 블록버스터 개발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생태계 진입, 메가펀드 조성 등의 추진 전략을 제시했다.

이날 원희목 회장은 인사말에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은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에 도전할 충분한 역량을 갖춰가고 있음에도 해외 기술수출이라는 중간 출구전략을 주로 선택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우리가 당장의 기술수출 성과에 만족한다면 우리는 국민의 기대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원 회장은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에 요구되는 기술·자본·인력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답을 찾아야한다”며 “선진 제약강국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성공 사례를 살펴 우리만의 최적화된 전략으로 K-블록버스터 신약 창출을 위한 도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 지금 K블록버스터인가’를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선 송시영 연세대 의대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생명과학기술이 삶의 행복만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과 존재를 유지시키는 핵심 기술이라는 것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의약품·의료기기 등을 자족할 수 있는 국가저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전 세계가 알게 됐다”며 “향후 3~5년 내 이 분야에서 점핑하지 못하면 국가적으로 위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송 교수는 “1970년대 A제약사의 매출은 당시 삼성전자와 비슷했지만 40여년이 지난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은 글로벌 시장 노크를 못하고 있다”며 “작은 내수시장, 높은 수입의존도 등 많은 원인들이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글로벌 경쟁 속에서 범국가적인 체계적 대응이 미흡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내수시장이 작았지만 세계적인 제약사를 배출한 스위스(노바티스, 로슈 등), 영국(아스트라제네카 등) 등 사례를 보면 산업 육성을 위해 니즈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법제를 바꾸며 경계를 허무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일찍부터 활성화했다는 설명이다. 또 기업공개(IPO)에 의존하는 대부분의 국내 바이오 창업 기업들과 달리 빅파마들은 벤처창업, 기술이전, 인수합병(M&A) 가속화를 통해 성장하며 파이프라인의 초창기 가치 평가를 통해 다양한 블록버스터 개발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점도 부연했다.

한국형 블록버스터 창출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제시됐다. 허경화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 대표는 ‘한국형 블록버스터 개발 모델’ 주제 발표에서 초기단계 기술수출 등에 강점이 있지만 혁신신약의 글로벌 임상과 사업화 성과는 미비했던 국내 신약개발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신약개발 자본시장의 구조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선 신약개발 투자를 위한 자본시장을 △정부지원 △민간펀드 △제약바이오기업 등 세 가지로 구분했을 때, 대부분 초기 단계에 R&D·투자 포트폴리오를 집중하고 있거나 임상 후기 R&D 투자에 대한 한계에 부딪혀 기업들이 초기 기술수출에 의존하는 양상이라고 언급했다. 투자규모는 늘고 있지만 블록버스터 개발을 위해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후기 단계 투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간 기업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의 민관 합동형 파트너십(PPP)이 요구되며, 우리나라에도 후기 임상에 집중 투자할 수 있는 약 1조원 규모의 ‘메가펀드’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PPP는 유럽 혁신의약품 이니셔티브(IMI)가 있으며,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TEMASEK)과 후기 임상에 집중 투자하는 민간펀드 블랙스톤 등이 대표적인 메가펀드 구축 사례다.

허 대표는 “메가펀드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초기 기술수출에서 후기 임상개발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메가펀드를 조성하는 한편, 기술의 혁신성 및 사업성을 기반으로 후보를 선별해 국가대표 신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약바이오기업과 바이오텍은 각자도생 할 것이 아니라 컨소시엄 등을 구성해 뭉치고 기술과 개발 역량의 시너지를 내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또 이 같은 K-블록버스터 개발을 지원할 민·관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