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손 '4차위 해커톤'..장병규 "택시 업계 나와달라"

by김유성 기자
2018.09.06 17:28:54

"대화로 풉시다" 해커톤 제안했지만 택시 업계 ''불참''
진전없이 맴돌자 장 위원장 "함께 대화로 풀어야"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세상은 기술 혁신으로 바뀌고 있다. 대화에 참여해달라.”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4차위)가 지난 4~5일 열었던 ‘해커톤’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가 6일 열렸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수장이자 국내 스타트업 업계 대부로 통하는 장병규 4차위 위원장이 이날 인삿말로 작심 발언을 했다. ICT 기술 혁신으로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택시 업계도 나와달라는 호소였다.

인삿말 중인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4차위의 해커톤은 의료와 숙박, 교통 분야에 만연된 규제 문제를 논의하고 이해 당사자 간 대화를 위해 마련됐다. 대전에 있는 KT 인재개발원에서 4일 저녁부터 5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해커톤의 주요 의제로는 ‘당뇨렌즈’와 같은 융복합 의료제품의 출시를 막는 규제 해소, 도시 지역 내 공유 숙박 허용, ICT 활용 교통서비스 혁신이었다. 의료·숙박 규제는 대화의 물꼬가 열렸지만 교통 서비스 혁신 논의는 겉만 맴돌았다. 주요 이해 당사자인 택시 업계가 불참했기 때문이다.

장 위원장은 택시 업계 참여를 설득하기 위해 했던 노력을 언급하며 인사말을 시작했다. 그는 “7차례 대면회의와 30여차례 유선회의를 통해 해커톤 참여를 적극 요청했다”며 “택시 업계가 최대한 편하고 허심탄회하게 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참석자, 의제 내용 등에 대해서도 택시 업계 의견을 대폭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 덕에 택시 업계도 해커톤 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지난달 말 해커톤 참여는 물론 4차위와의 어떤 논의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풀러스’, ‘럭시’ 같은 카풀앱이 택시 업계 생존을 위협한다며 비상대책기구까지 발족했다.

이에 장 위원장은 “전세계적으로 O2O, 빅데이터, 모바일, 자율주행차 등 신기술과 모빌리티 산업이 결합해 급변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언제까지 이해 당사자 간 갈등으로 신기술을 활용한 교통서비스 혁신이 지연되서는 안된다”고 대화를 촉구했다.



그는 “(사견을 전제로) 공유자동차나 카풀이든 기사는 사라지지 않는다”며 “택시 업계가 과도하게 피해의식이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고 토로했다.

업계 내 갈등을 방관한 정부 부처와 지자체에도 일침을 날렸다. 그는 “국토부가 미온적”이라면서 “카풀앱이나 시간 선택제 등 단편적인 문제에 대응하기보다 교통 서비스 발전에 중장기적 비전을 제시하라”고 강조했다.

4차위 해커톤 의제와 논의 결과
이날 해커톤 결과 브리핑에서 뚜렷하게 나온 결론은 없었다. 진단과 투약이 가능한 당뇨렌즈와 같은 ICT·의료융합제품 출시를 돕기 위해 식약처에 전담기구를 두자고 제안한 정도가 다였다.

당뇨렌즈는 콘텍트렌즈처럼 착용만 하면 혈당 등의 당뇨병 관련 지표를 측정할 수 있다. 투약도 가능하다. 문제는 당뇨렌즈의 품목 분류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진단 의료기냐, 약품이냐, 안경과 같은 렌즈냐에 따라 규제가 각기 달라진다.

도시에서 내국인이 숙박공유 플랫폼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규제도 진전이 없었다. 기존 숙박업계는 오피스텔 등을 통한 불법 숙박 영업이 근절돼야 도시 숙박공유 서비스의 합법화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ICT를 활용한 교통서비스 혁신방안은 택시 수급 불균형을 해결하자는 데 해커톤 참석자들이 동의했을 뿐이다. 택시업계의 불참으로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장 위원장은 “주무부처가 움직이는 게 절실하다”며 “필요하다면 주무부처가 푸시하고 압박하는 것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